김상훈/ 한농연 전남연합회 감사

영광단오의 어제와 오늘

영광 법성포가 가지고 있는 무형적 자산 가운데 단오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민족의 역사 가운데 삶에 찌들고 피곤했던 민중들이 힘들었던 일상을 달래고 신명나는 축제로 승화시켜왔던 단오제! 이 단오제는 서구 문명의 개량적이고 물질우선의 축제 앞에 이미 초토화되어 영광이외의 곳에서는 명맥이 끊긴지 오래다. 그러나 서남해안에서 유일하게 계승 유지되어 오고 있는 법성포단오제는 동해안의 강릉단오제와 쌍벽을 이루는 우리민족의 정신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허나 아름다운 전통에 대한 그룻된 인식과 부족한 마음가짐 때문에 단오의 참 의미와 멋을 살려내지 못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호리는 야시장과 각종 가수들의 공연만이 축제의 대세로 여겨 단오명절에 오명을 씌워왔던 잘못에 대해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잘못된 관행을 제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선 더 많은 지역 안에서의 고민과 새로운 창조적인 생각들이 모여야 할 것이다.

 

영광 법성포단오제가 지향해야할 방향은?

단오의 시작이 일 년 농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에 앞서 힘들었던 심신을 대동의 마당을 통해 풀어내고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 단오 축제가 왜 법성포나 강릉과 같은 항구에서 그 꽃을 피웠을까? 그 원인은 풍요를 바라는 기원제가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에서 훨씬 발달했을 것이고 농사와 어업이 함께 발달한 곳이 풍성함을 만끽하는데 제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전국을 연결하여 장사를 하던 보부상들이 단오를 기회로 서로 연결하고 집결해서 새로운 충전의 기회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는 것을 보면 단오제는 풍요의 전조(前朝)로서의 기능과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서막(序幕)의 기능을 담당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설을 증명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단오가 다가오면 대나무에 짚신과 보부상의 상징인 백목 천을 달아 법성포 숲쟁이공원 구름다리에 설치하였는데 이것이 ‘난장기’였으며 통신체계가 부족했던 당시에는 이 표식을 보고 법성포단오행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시작(始作)례(禮)였다 하여 ‘난장트기’란 이름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얼마나 멋지고 풍류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인가? 이렇게 옛 선인들은 힘듦과 고난 중에도 멋과 흥을 잃지 않았으며 그대로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내일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정신을 오늘 계승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영광 법성포단오제,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법성포단오제가 질긴 생명력을 가진 이유 중 하나가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단오축제를 준비하고 행사를 치러왔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는 지역을 사랑하는 진정성과 자부심이 없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 동안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 허나 이젠 법성포 단오제가 더 이상 법성만의 축제가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열린 축제요,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축제로 거듭나야할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 그 첫걸음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요, 딛고 일어설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영광 단오 축제가 있다는 것은?

영광에 소통의 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지 오래다. 지역 내 소분열주의와 남 잘되는 것은 괞챤지만 내 이웃 잘되는 것은 벨이 뒤틀려하는 이들이 많다는 영광 땅이다. 과거엔 이런 질투와 욕심 때문에 너무도 큰 상처를 입기도 했었다. 그래서 영광은 소통이 안 되고 하나가 안 되고,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판을 쳤다. 그래왔다. 그러나 그랬었다고 그냥 주저앉아 있는 것이 맞단 말인가? 처절한 자기성찰을 통해 이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의 디딤돌 역할을 부족하지만 자임하여 준비하려는 모임이 지난해에 생겼다. 안된다고 뒤돌아보는 자를 잡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안됐었지만 이젠 될까라고 믿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미래바라기들이 있다면 함께 나아가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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