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3권분립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실종 된다. 검찰이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은 입법권이 무시 당하는 것도, 검찰의 비리척결을 막는 법의 제정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체재다. 입법· 사법· 행정 이라는 3권의 분립이 원칙이다. 권력자의 독선을 막는, 국민으로서는 최선의 제도다. 민주화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3권중 어느 한쪽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는 엄밀한 의미에서 진정한 민주주의 라고 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권력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실종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이하 중수부) 존폐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마치 호떡집에 불 난 형국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 합의에 검찰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다. 검찰이 반발하자 잠자코 있던 청와대가 검찰의 손을 들어 주었다. 여·야가중수부 폐지에 합의한 것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정당한 활동이다. 당사자인 검찰로서는 국회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힘을 앞세운 반발이며 마치 검찰의 눈치라도 보는듯 한 때늦은 반대라는 데 있다. 우리 검찰의 권력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재벌 2세는 물론 전직 대통령까지도 자살을 하게 만들었다. 가히 ‘공포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보기관이 그 권력을 ‘조정’했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수사권을 독점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모든 권력 위에 ‘군림’ 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가 ‘개혁’하겠다고 나선 것은 ‘강한 검찰’이 아니다. 총장이 직접 지휘해 외풍을 차단하고 수사의 독립성을 갖도록 한,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수사체계인 중수부의 폐지다. 중수부는 권력형 비리 등 대형사건을 전담, 권력층을 처단해 ‘성역 없는 수사’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 일수록 총장의 성향이나 구성원의 연고에 따라 변질 가능성이 높아질 약점이 있다.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중수부는 늘 ‘표적사정’ 시비와 ‘정치검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90년대 후반부터 폐지가 논의 돼왔다. 20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해체론을 내놓기도 했으나 검찰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역사를 안고 있다. 7년만에 또다시 존폐의 위기를 맞게된 것이다. 검찰의 중수부 폐지 반대 이유는 두가지로 요약 된다.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검찰의 기능을 부정하는 것”과 “전투중(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중)에 장수의 칼을 거두려는가”다.

중수부가 없으면 거악을 척결할 수 없고 부산저축은행 비리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검찰의 속내는 쥐고 있는 패 가운데 가장 강하고 큰 패를 포기할 수 없으니 국회의원 당신들 알아서 해보라는 말처럼 들린다.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정치권이 시끄러워질 수 밖에 없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 이라며 검찰 편을 들고 나섰다. 무슨 일이 있으면 한번쯤은 검찰이 그냥 넘어가 줄만한 발언이다. 같은당 사개특위 간사 주성영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안은 그대로 갈 것”이라고 했다. 검찰에 걸리기만 하면 콧물도 없을 것 같다. 잠잠하던 청와대는 검찰의 거센 반발이 나온뒤 검찰의 편을 들었다. 임기후 노무현 전대통령과 같은 수모를 당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자기의 권력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남의 권력도 인정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권리를 위임 받은 존재다. 입법권에 대한 도전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국민은 원칙적으로 국회의 입법권이 존중되길 바란다. ‘거악’의 척결을 막는 법을 만드는 것도 국민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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