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언론인/프리랜서)

“검사 홍준표는 광주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통령이나 당 대표에게도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그가 당 대표로 선출 됐다. 한나라당은 물론 한국의 정치가 바로 서는 데 큰 몫을 해주길 빈다. 민주당도 긴장해야 할 것이다”

한국 방송 드라마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한 것은 아마 ‘모래시계’ 일 것이다. TV에서 보지 못한 사람들은 10여개의 셋트로 된 비디오 테이프를 빌어 보았다. 90년대초 그 비디오 테이프 한 셋트 나돌아 다니지 않는 회사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모래시계 신드롬’에 빠진 것이다. 절친한 두 친구가 성장해 깡패와 검사가 된다. 검사는 어떤 유혹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카지노 불법을 처단 한다는 내용이다.

그즈음 한 사회부 기자로부터 광주지검에 ‘물건’이 하나 온다는 보고를 받았다. 관심 있게 지켜 보았다. 가히 ‘물건’이라 할만 했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소위 지역의 ‘건달’들과 잘 어울렸다. 룸살롱과 골프장에서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마디로 검찰에 ‘빽’ 없는 깡패들은 깡패 축에도 끼지 못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새로 부임한 젊은 검사가 휘젓기 시작 했다.

‘깡패와의 전쟁’을 했다. 별의 별 말들이 나돌았다. 선배 검사들이 이 검사에게 회유와 압력을 가해도 통하지 않았다. 이 ‘선배’들 가운데는 검사장 급도 있었다. 일부 언론인들도 비상이 걸렸다. 친하게 지낸 ‘건달’이 검찰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이 검사에게는 ‘백약이 무효’ 였다. 권력· 돈· 친분 등 어떤 것도 이 ‘전쟁’을 막지 못했다.

검사의 집에 칼을 배달 시켜 협박을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결국 광주 지역의 ‘건달’들은 고생 좀 하고 자중해야 하는 시기를 맞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검사는 광주 에서 한바탕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곧바로 ‘슬롯머신’ 수사에 나서 황태자 박철언과 대전고검장 이건개를 구속 시켰다. 집에 칼이 배달되고 도박장 관련 범죄 수사를 소신껏 한 점 등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검사와 유사해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모래시계 검사’는 바로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의원이다. 세월과 함께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 한 것이다. 평검사 시절 그를 관심있게 지켜본 터라 정치인 홍준표의 정치 행보에도 관심을 가져 왔다. 민주당 텃밭에서 낳고 자란 탓에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 호감은 물론 큰 관심도 없었고 마땅찮은 점이 많았다. 하지만 홍 의원의 정치 행보에서는 특별히 마땅찮은 점을 찾지 못했다.

홍 의원, 아니 이젠 홍 대표다. 그는 돈과 권력에 줄을 서는 행보를 하지 않았다. 당의 잘못된 행태에는 늘 직격탄을 날렸다. 어떤 경우에는 민주당 의원들보다 더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고 보온병을 탄피라고 한 당 대표를 비난 했다. 회의 석상에서 외면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떤 권력이나 금력 앞에서도 당당한, 바른 정치인 이라는 인상을 나 같은 국민에게 심어 주는 데 성공 했다.

이나라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벼슬 값을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많지 않다. 틈만 나면 권력을 좇는 것이 우리 정치인들이다. 특히 돈을 탐하는 데는 기업인 못지 않은 재능을 보인다. 개인의 입신영달에는 악착을 부리지만 민생에는 노력하는 ‘척’만 한다. 말만 많다. 당연히 국민들은 정치판의 변화를 바란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들이 편안하게 사는 데 최선을 다하는 정치를 원한다.

홍준표 의원이 대표로 선출된 것은 옳지않은 것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 잡는 ‘홍준표 스타일’ 정치 만이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때문이다. 홍 대표가 한나라당을 얼마나 바꿔 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민주당도 과거의 한나당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긴장해야 할 것이다. ‘모래시계 검사’ 가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로 잡는 데도 성공해 ‘모래시계 정치인’으로 평가 받길 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