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언론인/프리랜서)

“현정권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며 비난 했다. 다시는 진보정권을 선택 해서는 안된다는 대국민 메시지다.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정치도 못하고 인사도 못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북의 문을 닫아 걸어 국민의 머리위로 포탄이 날아다니게 만든 현정권은 60년을 잃어 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집권한 한나라당을 비롯한 소위 보수우익 진영에서는 집권의 환호성 보다 지난 10년간 정권을 잡지 못한데 대한 울분의 소리가 컸다. 그들은 이전 10년간, 즉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목청껏 외쳤다. 그들에게 정권을 쥐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 봤다는 것이다. 2대에 걸친 과거정권이 정치를 잘못했으니 이제 다시는 그들에게 정권을 쥐어줘서는 안된다는 대국민 메시지 였다.

그 메시지에 그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권이란 영원히 우리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10년씩이나 자기들을 버렸다.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아느냐. 그로인해 국민과 국가가 큰 손해를 보고 말았다. 다시는 그런 무모한 선택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리라. 국민들을 향한 원망과 비난, 그리고 협박 까지를 ‘잃어버린 10년’이란 말 속에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다.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오랫동안 정권에 맛들인 그들로서는 억울하기도 하고 국민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을게다.

이명박 정권은 이렇듯 역대 어느 정권보다 과거 정권을 우습게 보고 출발한 정권이다. 돌이켜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득찬 ‘거만한’ 출발이었다. “그래 잃어버렸다 치고 잘 좀 해보라”는 기대도 컸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잃어버린 10년’ 보다 훨신 불안한 세월의 연속 이었다. 첫 인사에서부터 드러난 폐쇄적 성향은 정권 후반기까지 고집스럽게 계속되고 있다. 군대 안가고, 재산 많고, 위장전입 잘하는 사람 좋아하는 취향도 여전 하다.

급기야 한나라당의 대표가 “대통령이 정치도 못하고 인사도 못한다”는 말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자 영남 출신이어서 어지간해서는 서로 감싸 안아야 하는 사이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으로 낙제다”는 말을 했을까. 대통령에까지 오른 선배에게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은 다르니 이제부터라도 정치다운 정치를 하고 인사도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기란 쉽지 않다.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즉각 당내의 비판을 불렀다. 아직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호 세력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현정권의 실정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마음을 사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박근혜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밟고 오를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정권 재창출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당대표가 가야할 험난한 길이 눈에 선하다.

“10년을 잃어버렸다”며 과거 정권을 비난한 현정권을 그들 식으로 비판 한다면 이명박 정권은 60년을 잃어 버렸다. 남북 불통정책으로 포탄이 날아다니는 상황을 야기한 것이다. 휴전 20년만인 72년 7·4공동성명으로 열린 남북간 소통의 문을 닫아버림으로써 전쟁 당시인 53년 이전의 상황을 맞도록 만들었으니 60년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그들이 “잃어버린 10년”이며 “퍼주기”라며 비판한 시기에 남북은 희망을 노래할 만큼 왕래하고 소통 했다. 그 문을 꽉 닫아버렸으니 60년을 잃어버렸다는 원망과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

군대 면제 받고, 위장전입 정도는 법 위반이라는 의식 조차 없이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에게 남북의 문은 골치만 아픈 문인가. 그 작은 남북의 문에 평생의 소원을 걸고 살아가는 국민에게는 희망의 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남북의 문이 활짝 열릴 날을 고대한다. 도대체 대북정책이 있기는 있는 것인가. 현정권의 대북 정책을 듣기는 들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증명 됐다. 결국 없는 것과 다름 없는 정책 덕분에 국민들의 머리위로 포탄이 날아다닌 것이다.

‘잃어버린 60년’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국민적 여망을 저버린 결과를 초래한 때문이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정권이나 주십시요”한다면 국민은 뭐라고 할까. 논리적으로는 ‘집권 불가’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