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정치적 상황은 변화무쌍 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어 터진 곽노현 교육감 사건으로 여야간 희비가 엇갈렸다.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란 말이 실감 난다. 박근혜 의원의 압도적 1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야권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향후 정치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지켜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이다”

정치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정치는 생물이다”는 말을 곧잘 한다. 정치적 상황이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인다는, 정치인들이 금언처럼 새겨야 할 말이다.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변화를 예상하지 못하면 정치 생명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의 성격도 있다. 정치적 상황 변화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을 정치권에서는 ‘판을 잘 읽는다’고 평한다. 이같은 평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성공 한다.

정치를 생물이라고 하는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다. 한나라당은 MB의 실정과 내부 분열, 주민투표에서 실패한 오세훈 서울시장 파문 등으로 암울한 분위기 였다. 하지만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후보 단일화 대가성 금품 제공 사건이 터졌다. 언제쯤 햇볕이 들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던 한나라당에 햇살이 비친 것이다. 반면 유리한 고지에 서있는 것으로 보이던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의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그늘이 졌다.

서울 시장 출마 예상자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금방 바뀌었다. 1위 였던 진보 진영 출마 예상자가 ‘곽노현 사건’ 직후 한나라당 출마 예상자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서울 시장 보권 선거는 물론 내년 초의 총선 참패에 이어 내년 말의 대선까지 패배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던 한나라당은 희망을 보았다. 연전연승을 하며 대권 까지 거머쥘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부풀었던 민주당의 분위기는 금방 싸늘해졌다.

정치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임을 실감케 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은 모두 동물적 감각으로 향후 정국의 무쌍한 변화를 예감하며 초긴장 상태에 빠져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라면 내년 말까지 이어지는 ‘전투’에서 한나라당은 연전연패해야 옳다.

4대강 사업의 강행으로 복지는 후퇴 했고 대북 강경책으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친서민’은 말 뿐이었고 부자는 세금을 적게 내게 하고 서민들은 물가고에 시달렸다. 인사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는 귀를 막았다. 고집스럽게 ‘고소영’ ‘강부자’를 택하고 있다. 인사 청문회에 나서는 인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 국적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대북 강경책은 줄곧 국민을 불안케 했다.

소통 보다는 불통을 택해 남북간, 동서간, 계층간의 갈등을 심화 시켰다는 말을 듣는다. 민주주의를 후퇴 시켰다는 혹평마저 들었다. 이 정도면 총체적 실정(失政)이란 평가를 받기에 충분 하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의 국민은 실패한 정권의 정권 재창출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연전연패를 점치는 이유다. 안타까운 것은 야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눈에 여당의 잘못이 보이지만 야권이 특별히 잘하고 있는 모습도 찾지 못했다. 믿고 나라를 맡기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 야당인 민주당은 한줌도 안 되는 당내 권력을 탐하면서 서로 끌어 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당이란 사지(死地)에서 살아 나온 손 대표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키우기는(?)커녕 발목을 잡고 있다. 박근혜 의원에게 압도적 1위의 자리를 내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서울 시장과 교육감 보선이 동시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나아가 차기 대권의 향방을 가늠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보수층의 결집이나 야권의 연대를 승부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데 성공하면 보수층의 결집으로, 야권이 성공하면 연대의 힘으로 승리할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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