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안철수와 박원순의 등장으로 정치권이 공황 상태다. 명색 프로라는 사람들이 두 아마추어 의 등장에 당황하는 꼴이 우습다. 이들은 시대가 만들어 낸 ‘스타’다. 박찬종처럼 거품으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루하기만 했던 정치 쇼가 ‘업그레이드’ 되길 기대 한다”

지난주 ‘정치는 생물이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향후 정국의 판도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틀도 지나지 않아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정치판은 요동을 치고 있다. 결국 박원순 변호사로 단일화 됐지만 향후 정치권의 변화는 예측 불허다. 대중은 마치 안철수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압도적 지지를 보였다. 하지만 안 철수는 지지율이 훨씬 낮은 박 변호사에게 양보 했다. 기존 정치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합의이며 양보다.

이해관계 없이 지켜보는 입장이어서 정말 재미있다. 어느 영화보다,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스타’의 출현에 흥분 했다. 그러나 그의 ‘아름다운 양보’는 이해하기 힘들다. 많은 예측이 가능하다. 안철수 ‘파괴력’의 지원을 받은 박 변호사가 당선 되면 여세를 몰아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 기존 야권의 연대 과정에서 일정 지분을 인정 받고 안 교수가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며칠전까지 명단에도 없던 사람들이 서울 시장과 대통령 선거의 유력 주자로 급부상한 현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기성 정치인들이 ‘신인’들에게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통쾌하기도 하고 ‘신인’들의 위력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도 궁금해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정치권의 반응이다. 아니, 우습다.

명색 프로라는 사람들이 아마추어 한명의 등장에 당황하는 꼴이라니….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세력”으로 지목 당한 한나라당은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홍준표 대표는 인기 방송인에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것을 제의 했다가 “다 나가면 누가 소를 키우느냐”는 답을 받았다.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우문현답’이다. 얼마나 당황하고 절망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집권당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의원은 안철수에 대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면서 현 상황이 그대로 갈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 번이나 대권에 도전, 사실상 최고의 경륜이 있는 정치인의 발언을 폄하하는 것은 결례인줄 알지만 아전인수 격 상황 인식이다. 안철수 교수의 발언을 뜯어보면 우발적으로 정계 진출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 정리된 역사 인식을 갖고 정치적 좌표를 설정하고 있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출현을 달가와 하지 않는 세력들은 1995년의 박찬종을 예로 들며 ‘찻잔속 태풍’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환호를 인정하고 있다. 아니 그의 등장과 그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반기고 있다. “서울 시장 보선은 야권 통합의 시발점이고 시금석이다. 반한나라당 세력이 한 배를 타야 한다” 고 했다.

1995년 서울 시장 선거에서 박찬종은 투표 20일 전까지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결국 거품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2011년의 안철수와 박원순 콤비는 결코 제2의 박찬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박찬종은 기성 정치인이었지만 이들은 시대가 만들어 낸 ‘스타’다. SNS(사회연결망)는 21세기의 지구촌을 리모델링하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 SNS의 선두주자인 안철수의 파괴력은 정치권에 공포 그 자체다. 깨끗한 이미지의 시민운동가 박 변호사와의 합체는 결코 거품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상황 변화를 예측해 본다. 안철수의 적극적 지원을 업은 박 변호사가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서울 시장에 당선되고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까지 연패의 늪에 빠진다. 한나라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에서는 안철수를 포함한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 박근혜 대세론은 급격히 힘을 잃고 야권 후보가 집권 한다. 한나라당은 안철수의 표현대로 역사의 물결을 거스른 데 대한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르는 아픔을 겪게 되는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한 방해공작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야당으로 전락하지 않으려고 한나라당은 안간힘을 쓰고 민주당내 각 계파도 안철수와 박원순의 등장에 따른 손익계산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대중이 일으키는 거대한 파도를 잘 타넘으면 살아남지만 거스를 경우 파도에 휩쓸려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손 대표에 대해 각을 세우던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도 손익계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3김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 쇼는 재미가 없다. 지루하기만 할 뿐이다. 새로운 ‘스타’의 등장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정치 쇼가 ‘업그레이드’돼 국민을 즐겁게 해주길 기대한다. 정치란 생물이다. 어떻게 변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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