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비서가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의 주범이라는 경찰의 발표가 비웃음을 사고 있다. 오히려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구식 의원이나 한나라당 모두가 모험을 감수할만 한 ‘장사’다. 정치공백과 함께 경제위기를 자초할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주범이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 란다. 경찰의 발표인데도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컴퓨터께나 갖고 논다는 친구들은 “말도 안 된다”고들 한다. 거의 비웃는 투다. 선관위 내부 인사가 가담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천안함이 북측 어뢰에 의해 격침 됐다는 설명보다 훨씬 설득력 있다. 추리가 아닌 과학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리를 더해보자. 한나라당 기획·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구식 의원의 수행비서가 하룻밤 사이에 친구 몇 명과 공모, 꼭 필요한 시간대에 선관위 홈피의 특정 부분을 먹통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경찰의 발표대로 그 비서가 주범이라면 비서의 지시에 따라 선관위 내부에서 조작을 했다. 비서는 당연히 최 의원의 지시에 따랐고 최 의원은 당 지도부와 교감을 했다.

이렇게 위험한 모험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답은 ‘예스’다. 현 정권의 실정과 안철수 교수의 등장으로 ‘죽’을 쑬 것으로 예상되는 판에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 시장에 당선되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 파란불이 켜진다. 물론 최 의원은 당을 구한 ‘영웅’이 된다. 해볼 가치가 있는 ‘장사’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제법 그럴듯한 ‘추리’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한나라당과 선관위가 공모했다는 ‘음모론’을 제기 하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우스운 것은 한나라당 쪽의 대응이다. 최 의원은 당직을 사퇴했을 뿐이고 당은 꼬리에 불이 붙은 채 고양이에게 쫒기는 쥐 꼴이다.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으로 미뤄 일부 의원들까지 ‘음모론’에 동조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10·26 보선의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가위눌린 채 허우적거리는 꼴이다. 집권 여당의 모습도, 뿌리가 50년이 된 정당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한나라당의 추락은 예정된 수순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쇄신의 목소리가 나오면 그 목소리의 주인공부터 쇄신 대상이라고 몰아붙였다. 당을 좌지우지 하는 박근혜 의원은 ‘뒷북’으로 소위 ‘지도부’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니 쇄신한다고 법석을 떨어봤자 쇄신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청와대와의 불협화음이 들린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싹수가 노랗다.

야당들도 국민 여론을 업고 정권을 잡아보겠다고 ‘통합’이란 화두를 꺼내 들었지만 국민들의 성에 차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대로가 좋다”고 버티는 일부 의원들 때문에 쪼개질 형편에 놓인 것은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곧 대한민국이 정치 공백 상태에 빠졌음을 의미 한다. 유로존의 경제 위기로 세계 경제가 불안하다는 경고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맞는 정치공백은 경제 위기를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나라야 어찌되건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앞 다퉈 출판 기념회를 갖고 있다. 대부분 책을 썼다는 시늉만 내는 가벼운 내용들인데 유독 민주당 조영택 의원(광주서을)은 학자의 논문집 같은 ‘무거운’ 책을 냈다. 그의 저서 ‘질 높은 사회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양극화·갈등·불균형으로 인한 국민 통합의 위기’ 라고 진단하고 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조△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주장△배려하고 타협하는 문화의 미성숙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 의원은 이 같은 지적과 함께 대안 마련을 위해 균형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적 시각과 함께 진보적 시각도 존중되어야 하며,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연구·개발하는 ‘싱크탱크’의 육성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정치 현실을 보는 초선 의원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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