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세계가 질서 재편기를 맞고 있다. 우리도 질서 재편을 위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정치질서부터 재편돼야 한다. 번영과 쇠퇴를 결정할 중대한 기로다. 국민이 아니라 공천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온 기성 정치인들에게 용퇴를 권한다”

대한민국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위기를 맞았다. 자본주의와 개인주의로 이룬 번영은 이제 그 ‘약발’이 떨어져 쇠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공한 1%와 성공하지 못한 99%의 갈등이 소위 ‘월가의 시위’로 폭발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1대 99의 전쟁이 발발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질서의 재편이 절실한 실정이다.

경제대국으로 성장, 지구촌에서 미국과 견줄 만큼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도 고도성장의 연착륙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본주의의 폐해라 할 빈부격차의 심화와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G2로 꼽히는 두 나라 뿐 아니라 ‘유럽의 시대’란 가치를 내걸고 출범한 유럽 공동체도 일부 국가의 경제위기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정도면 세계의 질서 재편이 예고됐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는 더욱 격렬한 질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이 마찬가지다. 북은 김정은의 세습권력을 안정시키기 위한 몸살을 앓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도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은 질서 재편이 예고된 상태다. 아니 이미 질서 재편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질서 재편의 홍역은 4월 총선을 계기로 열기가 고조되고 연말의 대통령 선거가 클라이맥스가 될 것이다. 질서 재편의 홍역은 올 한 해 동안 계속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정 된다.

대한민국의 질서 재편은 정치로부터 시작된다. 정치를 위한 정치, 정치인을 위한 정치로 ‘3류’라는 평가를 받아온 정치가 1류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 마련으로부터 질서의 재편은 시작된다. 그리고 공직사회와 경제·문화계를 비롯한 대한민국 전체의 질서가 재편 된다. 새로운 질서가 어떻게 재편되느냐가 대한민국이 성장을 계속하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느냐, 다시 쇠락의 길로 후퇴 하느냐를 결정 한다.

정치권은 이구동성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만을 보고 정치를 하지는 않았다고 인정한 셈이다. 정치인들은 ‘안철수 태풍’이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라는 것을 눈치 챘다. 당을 합쳐 새로운 당을 만들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쇄신한다고 법석이다. 사회간접연결망(SNS)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20·30대의 표를 얻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다.

국민들은 지금 과거의 행태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들이 정치 발전을 위해 용퇴한 뒤 새로운 질서 속에서 다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설 경우 용납할 수도 있다는 ‘싸인’이다. 하지만 제살 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표로 심판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계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다짐이다.

국민들이 정치권에서 빠져 주길 바라는 정치인은 과거의 정치 질서 속에서 힘안들이고 국회의원이 돼 별로 한일 없이 특권만 누려온 인물들이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라 ‘공천’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왔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거물’의 눈에 들어 쉽게 공천을 받았다. 선거전 다운 선거전을 치르지 않고도 재선·3선을 누렸다. 그들의 공통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특별히 한 일은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치질서는 새로운 정치인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 대부분의 과거 정치인들은 과거의 3류정치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조용히 사라져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에 의해 강제 퇴출을 명령 받고 불명예를 안아야 한다. 정치 발전을 위해 ‘용퇴’한 정치인이라는 명예로운 은퇴를 권하는 바다. 질서 재편기를 맞은 대한민국에 더 이상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 민주통합당 사람들의 기득권 지키기, 인적쇄신론의 침묵이 안타깝다.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갈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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