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신문 편집위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불행한 한국의 대통령

대한민국을 통치했던 대통령들의 말로(末路)는 한결 같이 불행했다.

4,19 혁명으로 권좌에서 밀려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비명에 간 박정희 전 대통령과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가 뼈저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사라져 갔다.

국부라고 불리었어야 할 이승만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로써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으나 친일파들을 중용함으로써 민족의 정기를 왜곡시켰다는 격한 비난과 함께 권력욕에 눈이 먼 정치 모리배들의 협잡에 의해 발췌개헌과 사사오입개헌이라는 희대의 정권연장극을 펼침으로써 4․19혁명을 불러왔으며 결국 대통령직을 하야하고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해야 했다.

4,19혁명을 배경으로 당선된 윤보선대통령은 집권초반부터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며 군부개입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1961년, 부정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운 5,16 군부세력에 의해 집권 1년여 만에 강제로 정권을 내어 주고 말았다.

권력욕이 빚은 참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세계인들이 놀랐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경제대통령이라는 찬사와 함께 권력유지를 위해 무자비하게 총칼을 휘두른 독재자라는 말을 동시에 듣고 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며 경제개발에 총력을 쏟던 그 역시 권력의 단 맛을 버리지 못하고 3선 개헌에 이어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장기집권을 꾀했으나 결국 부하의 총탄에 스러지고 말았다.

이어 5,18 신군부 세력에 의해 잠시 허수아비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최규하 대통령은 신군부 세력의 강압으로 하야할 수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의 피살을 계기로 등장한 신군부세력은 거칠 것이 없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폭력진압을 서막으로 언론통폐합과 삼청교육대 등을 통해 권력을 노골화시킴으로써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해 냈지만 80년대 공포정치로 대변되는 두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군부독재의 대명사로 지탄을 받고 있으며 결국 내란 및 부정축제혐의로 나란히 재판을 받고 구속 수감되어 형을 치르는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자식들의 부패와 빛바랜 노벨상

우유부단한 정책으로 IMF사태를 불러오면서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던 김영삼 대통령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거목이라는 지칭에 걸맞게 군부실세인 하나회의 척결과 금융 실명제라는 큰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부정부패가 알려지면서 IMF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쓸쓸하게 물러나야만 했다.

도전 4수만에 대통령에 당선이 되어 5000년 단군역사 이래 처음이라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남북 분단이래 최초로 북한권력의 핵심인 김정일을 만나 통일의 물꼬를 텃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대중 대통령 역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비자금 의혹과 부정부패에 연루된 아들들로 인해 비난의 대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부엉바위의 참극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로는 참으로 비참했다.

취임 초부터 대통령의 권위를 깨부수는 파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서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검찰개혁을 위해 일선 검찰들과 맞짱까지 떳던 노대통령은 결국 “이젠 막 가자는 것이지요.”라며 높은 벽을 실감했던 그 검찰에 의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어질 대통령의 불행?

요즘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면서 이명박 현 대통령의 퇴임 후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서울시장 재직 시 천문학적인 혈세를 퍼부어 청계천을 원상복구한 공적(?)으로 대통령에까지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역점시책으로 4대강사업을 밀어 붙이며 다시 한 번 국민들의 호응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만은 않다.

법인세 감면과 함께 1% 재벌들에게만 유리하다는 한미 FTA 조약을 강행함으로써 촛불시위를 불러왔으며 북한산에 올라 반성을 했다는 소회와는 동떨어지게 자신을 배출한 당으로부터도 떠나 달라는 치욕을 당하고 있다.

선거 전 불거졌다 당선 후 잠잠해진 BBK사건 등이 아직도 수면아래 잠복을 하면서 대통령의 퇴임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말년에 접어들어 측근들의 부정행위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대통령의 순탄한 말로는 결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가 원로로써의 대통령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은 왜 이렇게 불행한 말로를 살아야만 했을까?

권력의 단맛을 잊지 못하고 정권욕심을 과하게 냈던 탓일까?

전임자를 짓밟지 않으면 바로 설 수 없는 현실적인 정치토양도 문제였을 것이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오만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권력을 향한 죽기살기식 싸움판 정치, 가끔씩 세계적인 서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문짝만하게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난장판 국회, 우리의 정치현실은 세계 12위라는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부끄러울 뿐이다.

우리는 언제쯤 퇴임 후에 국가 원로로 추앙받는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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