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스포츠와 연예계 스타들은 감동과 자부심을 선사 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분노와 수치심만 안겨 왔다. 새로운 정치판도 전혀 새롭지 않은 모습이다. 국민에게 감동과 자부심을 주는 정치가 보고 싶다”

지난 달 24일 새벽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영국)와 아약스(네덜란드)의 유로파 리그 32강 2차전에서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맨 앞에서 입장 했다. 눈을 의심 했다. 다시 보아도 박지성이 주장이다. 감동‘먹었다’.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박지성이 주장을 맡은 것은 그야말로 ‘사건’이다. 아시아인이 주장을 맡은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캡틴 박’은 자칭 축구 마니아인 나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과 자부심을 선사 했다.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이처럼 국민들에게 감동과 자부심을 선사하고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다. IMF로 고통스러워 할 때 박세리의 우승,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들었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돌’그룹의 활약도 우리를 웃게 한다. 세계인들을 열광시키며 ‘K팝’이라는 새로운 음악의 장르를 탄생시킨 것도 대견 하다. 스스로 으쓱대거나 생색내지는 않지만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격’을 상승 시킨 주인공 들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고, 국민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한다고, 국격을 상승 시켰다고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과 관료들이다.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관료들 가운데는 그래도 ‘청백리’들이 간혹 보인다. 감동을 받은 적도 가끔은 있다. 정치인들은 우리에게 감동과 자부심 보다는 분노와 수치심을 안겨 왔다. 멀게는 독재정권 자체가 그랬고 가깝게는 불법과 비리, 파렴치한 언행으로 실망을 안긴 정치인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국회의장부터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정치 자체가 ‘3류’이니 어찌 정치인들이 ‘3류’가 아니겠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는 없고 권력을 휘두르고 돈벌이에 급급한 모습만 실컷 보았다. 부끄러운 자화상을 뒤늦게 보았다는 듯 이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기에 기대를 했더니 돌아가는 꼴이 ‘역시나’다. 새누리당은 현 정권을 실패한 정권이라고 인정했다. 마땅히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인 이재오 의원 등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퇴출 시켜야 마땅한데도 다시 공천을 주는 것은 공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스스로 위기감을 느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허수아비로 전락 시키는 모습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새로운 정치를 약속하며 여러 가족을 한 지붕 아래 모은 민주통합당 역시 옛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한술 더 뜬다. 정치 생명이 끊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옛 정치인들에게 다시 정치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인가. 도덕성을 따진다더니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 받은 인사를 전략 공천했다. 국민 통합과 화해를 논하더니 분열과 타락이 우려 되는 경선 방식을 주저 없이 선택 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타락하다 못해 목숨까지 앗아가는 부작용이 났다. 소위 지도부의 속내가 많이 작용한 두 차례의 공천도 “전혀 개혁적이지 못하다”는 여론이다. 핑계 김에 뭣 한다고 당의 ‘개혁’이미지를 위해 호남에서 대대적으로 현역들을 물갈이 한다는 말들이 퍼지고 있다. 물갈이에 기대어 ‘지도부’와 가까운 인사들을 밀어 넣으려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이 ‘지도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실망으로 바뀌면 총선 후 정치판도는 또다시 회오리치게 돼있다. 배우고 아는 것도 많고 머리도 좋은데다 경험까지 풍부해 ‘꼼수’에 능한 기존 정치인 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스포츠와 연예계 스타․ 유능하고 의욕적이며 사명감까지 갖춘 청년들로 주축을 이루는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예상할 수 있다. 오늘까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보여주는 정치는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다. 국민을 모시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고 싶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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