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현 정권은 소속 정당조차도 그 실패를 인정 했다. 부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서 입으로만 ‘서민’과 ‘공정’을 말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당들이 공천 아닌 사천으로 후보를 냈다. 소속 정당이 아닌 후보를 보고 투표해야 한다”

한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로부터 어느날 전화가 걸려 왔다. 요즘 택시 운전을 한단다.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근로’나 ‘노동’이라고 할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콧대는 유난히 높았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속없는 친구’라는 평이었다. 그런 친구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택시 운전을 한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반가웠다. 늦게라도 속 들어서 “놀면 뭐하냐”며 근황을 알려온 친구의 ‘결단’에 격려와 박수를 보냈다.

대학이 졸업생을 배출한 2월의 실업률이 전월에 비해 0.7% 오른 4.2%를 기록 했다고 한다. 당국의 발표만 보면 실업 걱정이 거의 없는 나라다. 문제는 통계에 담겨 있는 함정이다. 노동력이 있으면서 일자리를 구할 의사가 있는 인구의 비례가 실업률 공식이다. 정부 기구를 통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실업자는 통계에서 빠지기 때문에 실질 실업율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실업률이 4%대라면 우리 주변에 노쇠하고 병약한 사람 말고는 실업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야 맞다. 현실은 어떤가. 몸 성한 실업자가 수두룩하다. 더 큰 문제는 15세에서 27세 까지의 청년 실업률이 전체의 40%를 넘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갈수록 물가는 올라가고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이러고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넘본다고 하니 도통 믿어지지가 않는다.

전문가들은 경제지표가 올라가도 서민의 생활이 어려운 것은 상위 그룹이 경제 성장의 과실을 독과점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몇 년 전에는 상위 10%라고 하던 수치가 최근엔 0.1%라고 한다. 이 수치는 우리가 체감하는 현실과 맞아 떨어진다. 정직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정직이, 부도덕한 사회에서는 도덕이,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공정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현 정권 들어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이 ‘공정’이다. 대한민국은 공정하지 못한 나라라는 반증이다.

정부가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에 이윤 분배를 권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부자감세를 추진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이러니다. 아니 코미디다. 부를 아래로 내려주도록 해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힘들게 살라는 것인지 헷갈리는 정권이었다. 대통령을 배출한 한나라당도 실정을 인정했다. 그래서 당명을 바꾸었다. 실패한 정권, 실패한 대통령과 선을 긋겠다는 선언적 의미인 것이다.

실업률을 낮추려면 노동집약적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관광 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발전시키고 비숙련 해외 노동력의 유입을 억제함으로써 세계 최저인 2%의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롤 모델’이다. 경제전문가를 자처한 MB는 취임 하자마자 대기업 돈 벌게 해주는 효과가 가장 눈에 띄는 4대강 사업부터 시작 했다. 서민 복지나 공정 분배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정권이었다. 그러면서 말로만 ‘서민’과 ‘공정’을 강조 했다.

이제 정치적 성공과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총선과 대선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배알이 있는 국민, 민주적 소양을 갖춘 국민,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마땅히 간판만 바꾼 보수여당에 채찍을 휘둘러야 한다. 그렇다고 ‘야권연대’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접근하는 자칭 진보 정파의 후보에게 묻지마식 투표를 해서도 안 된다. 정당이나 정파가 아닌 후보 개개인의 소양과 자질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정당이나 정파의 의미는 없다. ‘공정’이 생명인 공천이 아닌 패거리 정치를 하기 위한 음모의 결과인 ‘사천’이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정치판은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