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원칙과 기준 보다는 중진들의 계파를 형성하기 위한 공천이 많았으므로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에 대해서도 당 공천자와 같은 기준으로 ‘인물’을 평가해야 한다. 이제 ‘막대기’는 뽑아 버려야 한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 됐다. 호남의 경우 으레 민주당 후보가 당선 될 것이 뻔 하기 때문에 열기가 거의 없었다. 헌데 이번 19대 총선에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인은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이 민주통합당으로 변신한 뒤 지역민들의 정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민주당에 보내던 뜨거운 애정과 관심이 많이 식었다. 당의 중심이 호남이 아니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은 민주당을 마치 자기 자식 사랑하듯 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후보가 조금 성에 차지 않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 이해하며 압도적으로 당선 시켰다. 그 저변에는 김대중 ‘선생’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고려 이래 1300년에 걸친 정치적 홀대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염원이 깔려 있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 했다.

그 좋은 예가 영광· 함평 선거구다. 학력이나 능력 면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서경원 후보가 경기고·서울대를 졸업한 조기상 후보를 누르고 당선 됐다. ‘인물’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후보지만 김대중 선생이 공천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선생은 대구 출신 이수성에게 공천을 주어 수백 년간 지역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조기상 후보를 무너뜨렸다. 물론 이들은 지역구 국회의원 이었지만 ‘있으나 마나’한 존재들 이었다. 결국 지역민들은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도 큰 불만은 없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김대중 선생을 향한 지역민들의 마음은 ‘신앙’과도 같았다. ‘신앙’은 1988년 13대 총선부터 18대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야말로 ‘싹슬이’ 였다. 냉정히 따져보면 철저한 1당독재 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같은 선거가 있어도 되는지, 지역과 국가발전에 미친 긍정적·부정적 영향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지역민들은 과연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통합당 후보들을 ‘싹쓸이’ 당선 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 하고 있다. 과거에는 ‘김대중 선생이 공천했기 때문’ 이라는 이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같은 결정적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광주 서구의 경우 비록 초반이긴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세상이 바뀐 것이나 다름없는 현상이다. 과거 10%를 넘기지 못하던 정당의 후보가 30%를 훌쩍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현실이 민주통합당의 현주소를 웅변해준다.

분명한 것은 특정 지역의 정치권력을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역구도에 기대어 당선된 정치인들은 개인의 능력이나 지역 특성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없다. 당리당략에 급급한 정치가 이 나라의 정치 였다. 그래서 3류일 수밖에 없었고 손가락질 받았다. 혹자들은 국민이 이 같은 정치 지형을 만들었다며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나는 이 같은 의견에 부정적이다. 정치인들이 지역주의 정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어 정치권력을 나눠 가졌으므로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다는 견해다.

이제 김대중 선생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한풀이’ 하겠다고 나서는 시대는 지나갔다.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민주통합당 소속이 아닌 후보라도 당선 시켜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기준도, 원칙도 없이 중진들이 계파를 형성시키기 위해 자기와 가깝고 ‘말 잘들을’ 인사들을 공천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을 ‘우리의 당’ 으로, 애정을 쏟을 가치가 있는 당으로, 호남 중심의 당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특별한 이유 없이 공천에서 배제된 무소속 후보들에 대해서도 민주통합당 후보와 똑같은 기준으로 ‘인물’을 평가, 선출해야 한다. 이제 거수기 노릇만 하는 ‘막대기’는 뽑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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