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권력형 비리 뉴스가 꼬리를 감추고 통합진보당의 먹이 다툼 뉴스로 신문들이 도배를 하고 있다. 야생동물들의 먹이 다툼과 같아 실망스럽다. 민주통합당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진영 논리는 무의미 하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진보당이 ‘먹이’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먹이’는 금배지다. 당권파가 부정투표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금배지를 먹었으니 토해내라는 비당권파와 못하겠다는 당권파의 싸움이다. 진상조사 결과 발표로만 보면 부정을 자행한 당권파측 당선자들은 당연히 사과하고 사퇴해야 맞다. 그런데 당권파 당선자들이 ‘부정선거’를 부인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공청회를 갖자는 당권파의 제안에 비당권파는 콧방귀를 뀌고 있다.

진보 진영을 못마땅해 하는 보수언론은 이때다 싶은지 ‘체육관 선거보다 더한 부정선거’ 라며 비판에 나섰다. MB 측근의 권력형 비리 뉴스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통합진보당의 먹이다툼 뉴스로 도배를 한다. 진보 진영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려는 의도가 보인다. ‘먹이 에는 관심이 없고 역사 발전에 희생을 마다 않는 사람들’ 이라는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인식이 틀렸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의 선에서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데도 ‘먹이’를 놓지 않으려는 비이성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인간 사회가 아니라 야생 동물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확보한 의석을 서로 먹으려는 모습은 굶주린 야생동물들이 사냥한 먹잇감을 놓고 서로 먹으려 으르렁 거리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당연히 실망을 금치 못한다. 진보 진영의 이념도 궁극적으로는 먹이를 얻기 위한 수단이요 도구 이었다는 말인가.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선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국민들이 늘어난다. 다음으로는 정권을 잡기 위해 ‘진보’라는 이름으로 연대, 통합진보당의 존재감을 키워낸 민주통합당도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지지의 축소다. 작지만 그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집권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당한 양보를 하며 이룬 연대가 오히려 걸림돌이 돼버린 결과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싸잡아 비민주적이며 비이성적인 진보 집단으로 매도할 보수 진영의 공격이 눈에 보인다.

현실적으로 보수와 진보는 그 경계가 확실치 않다.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보수는 실질적으로 진보다. 마찬가지로 특정 이념에 갇혀 변화하지 않는 진보는 사실상 보수다. 어떤 집단이나 집단 내에서 주류는 보수화, 비주류는 진보와 현상을 보인다. 소위 운동권 내에서도 운동권에 투신한지 오래된 선배들은 후배들에 의해 비판 받는 일은 흔하다. 보수화 했다는 이유다. 이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진영 논리는 무의미 하다는 결론이다. 진영 논리에 함몰 돼서는 안 된다.

올 연말의 대선은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크다. 현 정권의 실정과 부정·비리 때문이다. 현 정권을 탄생시킨 것이 부끄러워 당의 간판을 바꿀 정도니 그 실정과 부정·비리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모든 국민들이 인정하는 만큼 차기 대권은 제1야당에 돌아가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순리다. 문제는 국민이 정권을 잡도록 해준다 해도 제1야당-민주통합당이 이를 제대로 받아먹을 능력이 있는 가다.

민주통합당은 한줌도 안 돼는 당권을 챙기다 총선에 패배 했다. 대선 가도에 접어든 시점에 터진 통합진보당 사태에 잘못 대응한다면 또다시 받아든 밥상을 차버리는 결과가 된다.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 수준은 당연히 정권 교체다. 정권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국민적 신뢰만 얻으면 된다. 부정투표를 자행하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정당과의 어깨동무도 재고해야 한다.

대선이 7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관심이 온통 대선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자칫 경제와 안보, 치안 등에 소홀하다 큰코다칠 수 있다. 실정과 부정으로 실패한 MB정권이지만 그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최소한 마지막 7개월은 성공한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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