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국회법도 지키지 않는 국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쟁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정신 차리고 정치해야 한다. 종북 성향의 의원들, 민주주의의 발전, 정권 실패의 고리를 끊기 위한 개헌,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 등 19대 국회의 과제다”

19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 됐다. 이번 국회는 또 얼마나 시끄럽고, 얼마나 국민의 속을 상하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심란하다. 지난 64년 동안 국민의 진심 어린 박수를 받아본 적이 없는 국회다. 개원부터 ‘법대로’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임기 개시 7일 안에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는 것이 ‘법’이지만 지난 13대부터 18대 까지 4반세기 동안 국회가 본격 가동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54일 이다. 의원들이 두 달간 놀고먹은 셈이다. 18대 국회는 광우병 사태로 의장단 선출에 41일, 상임위원장단 선출에 88일이 걸렸다. 석 달간이나 놀고먹었다.

새누리당의 ‘주인’인 박근혜 의원과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벌이는 날선 공방전이국회법조차 지키지 않는 국회, 국회의원 이라는 ‘전통’의 계승을 예고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대선이 끝나는 연말까지 본회의다운 본회의 한번 열릴지 의문이다. 문 열어놓고 한바탕 싸운 뒤 문 닫아 거는 행태가 지루하게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닐까. 나름 여의도 판에 익숙한 의원들은 대선 후보에게 줄서는 데만 열심이고, ‘새내기’들은 눈치나 보면서 새롭게 맛보는 특권을 탐닉하다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점괘가 나온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정신을 차려 극적으로 국회가 정상화 되더라도 국민은 걱정이다. 첫째는 종북성향 의원들과 그 보좌진들이 국회를 활보한다는 점이다. 우파, 혹은 보수적 시각이라는 비판을 살수도 있겠지만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데 걱정을 안 할 국민은 거의 없다. 자칫 그들에 의해 나라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전두환 정권에 ‘스카웃’돼 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한 의원이 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도 반갑지 않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민주주의 국가에 걸맞은 경력과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 의장으로 선출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독재정권의 후예들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갈 것인가. ‘화합형’ 이라는 평을 받는 정의화 의원은 계보를 ‘주인’과 달리한다는 이유로 밀린다니 안타깝다.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국회의원이 장악하는 국회가 아니라 정당이 장악하는 국회이기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회는, 대한민국 정치는 ‘3류’의 불명예스러운 전통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19대 국회의 역할은 역대 어느 국회 못지않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대통령 5년 단임제 개헌 논의는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5년 단임제하의 정권은 모두 ‘실패한 정권’으로 끝났다. 정권의 실패는 나라의 실패다. 나아가 국민의 실패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들의 생활이 이를 증명한다. 이 실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 유럽 발 경제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다. 그리스나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그 파고로 국내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치가 대선에 함몰돼 경제를 몰라라 한다면 대한민국은 자칫 또다시 경제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처해야 한다. 정치적 여건이나 관행으로 본다면 19대 국회는 당리당략을 위해 날선 공방전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 못된 습관을 자제하지 못하면 자칫 나라를 말아먹은 국회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의원님들! 당신들은 얼마 전 의원 수를 300명으로 늘리고, 국회 운영 예산을 증액 하면서 매끄러운 정치력을 보였습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도 그 매끄러운 정치력을 보여 주세요. 제발,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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