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특별자치도 제주도

각 지자체마다 설치된 주민자치센터는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탄생했다. 자치센터마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성공·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자치센터 활성화가 곧 지방자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는 판단아래 ‘주민자치센터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편집자 주>

 

“자치는 주민들 스스로 나서는 것”

민주적 자치위 구성, 행정주도 탈피

우리나라 첫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는 지난 1996년 주민자치법 시행과 함께 이듬해인 1997년부터 주민들을 중심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 주민자치를 이끌고 있다.

2006년 7월 특별자치도로 전환되며, 주민자치의 꽃을 피우고 있는 제주도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의식을 높이기 위해 자치위원들이 솔선수범하고, 주민 교육과 계몽운동을 펼쳐 지금은 주민들의 대변인으로 자리 잡았다.

기초의원이 없는 제주도에서 자치위원들 대부분은 전 이장이나 각 마을의 유지들로 구성돼 마을의 대소사나 지역의 현안사항을 책임진다. 생활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누구보다 빠르게 접하고 수시로 논의할 수 있어 의견수렴이 빠른 장점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만큼 주민자치위원을 선정하는 절차도 민주적이다. 위원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를 통해 지원한 후보들을 평가한다. 주민자치센터의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타 단체의 대표나 현직 이장 등은 제외시킨다. 이는 지역 내 자생단체와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

무엇보다 이곳은 자치위원들의 위상이나 역량을 중요시한다. 한 예로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들이 예산관련 사전 지식 등이 없다면 행정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에 위원들은 교육 등을 통해 스스로의 자격을 갖추고, 위원으로서의 권한과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특히, 주민자치위는 행정이 주도하는 사업은 피하려고 노력한다. 행정은 행정의 역할이 있듯이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주민 삶의 질 향상이나 지역 생활개선 사업에 주력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나, 생활불편, 건강 등 주민들의 삶에서 밀접한 부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그에 맞는 사업을 개발, 회의를 통해 안건을 결정한 뒤 공모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한다. 때문에 주민들의 호응이 뒷받침 돼 그들의 대변인으로 원활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지붕 없는 박물관 - 제주시 건입동

제주시 건입동(동장 박용규)은 인구 1만1천여명의 상업지역으로 항구가 있어 제주의 관문이었다. 그러나 뱃길에서 항공으로 운송수단이 바뀌면서 과거의 영화는 사라지고 도심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2008년 제주도 주민자치박람회 대상을 비롯해 2010년 국 주민자치박람회 주민활성화 부문 대상을 받은 등 지역을 지붕 없는 하나의 박물관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가 문화유적지 등에 표지석을 설치하고 거상 김만덕의 객주집 복원, 테마박물관, 예술의 거리 등을 조성해 물의 마을·물의 도시란 테마로 건입동을 하나의 박물관 마을로 만들어 낸 것.

이를 위해 주민자치센터는 지역자생단체, 언론·학계·전문가 등이 참여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팀 등 3개 단체로 구성된 추진협의회를 결성했으며, 지난 2007년부터 박물관 마을 만들기를 추진했다.

사업초기 주민자치학교를 운영, 박물관 마을 만들기 사업설명과 특강을 통해 주민들의 이해를 구했으며, 건입동에 소재한 산지천 빛의 거리를 조성해 축제도 열었다.

이처럼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주민들의 정체성 재확립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이뤘다. 마을 곳곳을 박물관화 함으로 마을 이미지 향상을 통한 인구 및 관광객 유입으로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건입동은 주민자치 활성화를 통해 ‘더불어 함께 사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음식물 자원화 사업-서귀포 안덕면

 

서귀포시 안덕면은 인구 약 1만 명의 도·농 복합지역이다. 산방산·용머리·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제주잠수함관광·제주조각공원·소인국테마파크 등이 있는 관광지역이다.

안덕면 주민자치센터는 약 27개의 자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남은 음식물 자원화 사업장 운영과 친환경 체험농장 운영, 산방산 둘레길 걷기대회, 월라봉 일본군 진지 동굴을 활용한 역사 오름 조성 등이 대표적인 추진사업으로 꼽힌다.

남은 음식물 자원화 사업장은 EM을 이용, 남은 음식물을 퇴비화해 환경피해 최소화 및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을 비롯해 친환경 체험교육장으로도 활용된다. 또한 생산퇴비를 농가 등에 무료보급해 친환경 농업을 육성하고 있다.

사업은 주민자치위원회와 지역자생단체인 안덕환경사랑회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식당 및 가정, 급식시설에서 다량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등을 수거해 퇴비 등을 생산하는 일까지 모두 주민자치위원을 비롯한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처리실적은 많지 않지만 사업을 통해 환경이 정비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어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유도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는 주민자치의 가장 기본이랄 수 있는 ‘집 앞 청소’ 조차 하지 않는 요즘 세태에 비하면 상당히 발전적인 모습이다. 또한 지역 자연경관을 활용한 산방산 둘레길 걷기대회는 주민들의 소득창출로, 월라봉 일본군 진지동굴은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심 속의 하천-서귀포 동홍동

 

동홍동은 서귀포시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으로 2만1천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심지역이다. 지난 2010년 제주 주민자치센터 운영 종합 평가결과 최우수 주민자치센터로 선정됐으며, 동홍동 주민센터는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공모한 지역특색사업에 선정돼 도심 속의 하천 ‘동홍천 생태하천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들 주도로 추진한 이 사업에 관망만 하던 주민들도 위원들의 활동모습과 변화하는 동홍천을 본 뒤부터 적극 동참했다.

자치위원들은 자생단체들과 협조해 지역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했으며, 전문기술이 필요한 부분 외에는 거의 모든 일을 주민들의 손으로 가꾸고 조성해 성공적인 사업을 이끌었다.

이 같은 성공은 위원들의 단합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분석되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 문제나 편의시설 등을 위해 연구하고 개발하는 자치위의 노력이 주민들의 협조를 이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자치기능을 강화해야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되고 있다.

동홍천 산지물쉼터는 주민들의 손으로 이뤄진 자치사업으로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환경정화 등을 위해 전 동민들이 참여해 쉼터를 가꾸는 등 주민자치 역량이 강화된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 외에도 자치위는 사랑음악회, 청소년의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솔오름 공부방’ 운영과 행정 주도의 행사를 탈피, 동홍동아트홀을 활용한 양질의 문화예술 공연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인터뷰] 주민자치위원장에게 듣는다

 

 

“주민이 먼저 나서야 행정이 돕는다”

고병윤 제주시 건입동 주민자치위원장

주민자치의 원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먼저 나서야 행정이 돕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건입동은 상업지역으로 인해 주민들의 의식이 타 지역보다 깨어있는 지역이다.

주민들의 의식이 중요하다. 일찍부터 주민자치를 시작했던 건입동은 위원들이 의지를 갖고 주민 주도로 모든 사업을 추진했다. 잘못된 사업은 주민들 스스로가 검증과 고증을 통해 개선하고, 발전시킨다. 과거 부를 이끌었던 주민들이 향수와 지역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주민자치를 실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행정과 자치위원회의 관계가 타 지역보다 앞서나가는 지역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스스로 방향을 정해 가면, 행정은 따라가는 입장이다. 이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역의 자생단체들과 연계해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지역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원들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야”

 

고완일 서귀포시 안덕면 주민자치위원장

주민자치위원들은 스스로 위상을 정립하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주민들의 대변인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고,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책임도 있다. 위원회는 행정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발전을 위해 있다. 기초의원이 없는 제주에서 기초의원의 역할을 하기 위해 행정을 견제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덕면은 주민자치위원들을 공모로 선정하고 있으며, 여성위원들이 30% 이상의 비율로 참여하고 있다. 위원들은 현장의 소리를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현장에 귀 기울이고 있는 위원들이 역량이 부족하면 그만큼 행정에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역발전은 주민들의 의지가 먼저”

강상종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자치위원장

공무원들은 임기가 있지만 주민들은 임기가 없다. 지역발전은 기관장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의지가 먼저다. 주민들의 요구를 대변하고, 행정이 못 미치는 부분 즉, 소외계층 돌봄이나 소통부족에서 오는 부분 등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의 기능을 주민들이 나서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용역이나 행정에 맡기지 않고 주민들의 손으로 할 수 있도록 의식을 높이고 주민과 행정 간의 갈등을 해소시키는 노력 등도 중요하다.

지역의 리더로서 지역의 일에 앞장서고 지역의 파수꾼으로서의 역할, 행정과 주민들을 연계시킬 수 있는 일과 주민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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