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 판소리 명창이자 1인 창무극의 대가인 공옥진 여사가 지난 9일 새벽 8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녀는 2년 전, 마지막 무대가 되어버린 서울 국립극장 공연에서 “공옥진이가 죽지 않으면 또 오겠습니다.”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체 오랜 투병생활 끝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우아한 춤사위 대신 해학과 삶의 애환이 담긴 처절한 몸짓으로 서민들을 웃기고 울렸던 공여사님의 타계 소식은 많은 예술가들은 물론 지인이나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필자역시 당신 생전에 여러 번을 뵈었지만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 드리지 못했다는 무거운 마음을 전해 올리며 영면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공옥진의 생애

민속 무용가이자 병신춤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공옥진여사는 1931년 8월 14일, 전라남도 승주군(현 순천시) 송광면 월산리 추동마을에서 판소리의 명창이었던 공대일의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일본으로 건너가 최승희 선생에게 춤을 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정작 자신은 일제의 압제가 절정에 달하던 시절,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사실상 단돈 천 원에 그녀에게 팔려가서 몸종 노릇을 한 것이라고 당시의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공여사가 일본에서 돌아온 후에는 아버지 공대일에게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1948년에는 판소리의 신성이라는 신재효 선생의 고향인 고창 명창대회에 나가 장원을 하기도 했던 그녀는 조선 창극단에 입단을 하면서 본격적인 무용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병신춤과 함께 전통 무용에 돌물들의 현란한 몸짓을 접목한 해학적 춤사위는 세계인들을 감동시켰으나 전통무용이 아닌 창작무용이라는 이유로 2010년에서야 무형문화재 29-1호로 지정을 받게 된다.

논란 끝에 선정된 무형문화재

공여사는 병신춤(곱사춤)의 명인이라 부를 만큼 곱사춤을 그의 독특한 몸짓으로 엮어냈다.

더욱이 원숭이, 퓨마 등 동물의 자태를 모사한 동물 춤은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으며 심청전, 흥부전 등의 전통극을 노래와 모방춤 등 일인극으로 엮어 독특한 자신만의 춤세계를 만들어 가기도 했다.

그러나 한 때 그의 춤은, 전통을 계승한 것이 아닌 공옥진 자신의 창작무용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무형문화재 지정이 거부되기도 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1인 창무극이 비록 공옥진의 창작이긴 하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고, 문화적 가치도 뛰어나다며 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문화 마인드가 빈약했던 관료들은 이를 무시해 버렸던 것이다.

탤런트 출신의 한 문화부장관이 다녀가고 지역의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마침내 2010년 11월 공여사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29-6호 일인창무극 심청가 예능보유자로 지정이 될 수 있었다.

고인을 위한 기원

1998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2004년에 또 쓰러졌던 공옥진여사는 2년전, 왼쪽 몸이 마비돼 무대에 오르기가 힘에 겨웠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국립극장 무대에 섰다.

마지막 공연임을 직감했음인지 그녀는 “공옥진이가 죽지 않으면 또 오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했지만 끝내 지키지 못한 체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가면서 평소 그녀의 존재를 잊고 살았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그녀는 2007년에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었을 만큼 힘겨운 삶을 영위해 왔지만 공연수익금을 고스란히 지역인재육성장학금으로 쾌척하기도 했을 만큼 자신의 안위보다는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인을 떠나보내지만 한편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는 것이 있다면 그녀를 기리는 기념관이 건립된다는 것이다.

고인이 되어서야 영광의 별로 떠오른 공옥진 여사를 기리기 위해 영광군에서 공옥진 기념관을 건립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무용을 전수할 수제자가 없어 초유의 무형문화재인 1인 창무극이 단절위기에 놓였을 만큼 우리사회가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은 두고두고 반성을 해야 할 일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녀의 무용세계가 재평가를 받아 전통의 맥이 이어짐으로써 공옥진 여사는 물론 우리 고장의 큰 자랑거리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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