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독 박 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만 ‘왈가왈부’가 지속되고 있다. PP 덕분에 ‘메이저’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딸 때문이다. ‘아버지의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는 딸의 평가가 낯간지럽다. 아버지의 ‘아바타’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

나폴레옹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히틀러라는 인물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쓰지 않았다면? 세계사가 바뀌었을 테고, 우리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5·16이 일어나지 않았거나 실패했다면 한국의 현대사도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 틀림없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도 물론 다르다. 역사를 말하면서 이 같은 가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되돌릴 수 없어서다. 역사는 특정 인물에 의해 써진다. 또한 시대가 인물을 만들어 내고 그 인물이 역사의 흐름을 바꾼다.

역사와 그 역사의 주역들에 대한 평가, 특히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독일은 히틀러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된 역사에 대해 잘못을 시인 하고 겸허한 반성과 사죄를 했다.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범죄자’ 이면서도 유럽 대륙 최강의 나라로 거듭났다.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있었기에 자랑스러운 오늘을 살고 있다.

남이야 어떻든 우리는 어떤가. 우리 현대사를 기록한 인물들은 누구이며,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잘못된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제대로 이루어 졌는가.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의 공(功) 보다는 독재라는 과(過)만을 안고 사라졌다. 전두환과 노태우 대통령은 ‘군사독재’의 죄인으로 살고 있다. 그들에 대해서 우리 역사는 어두운 그림자만 남긴 인물이라는 평가와 기록을 마쳤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민주화에 기여한 공과 함께 경제적 실패(IMF 초래)와 비리로 인해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 역사의 주역으로 기록하고 있다. 우리 역사는 유독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진 세월이 30년이 넘어가도록 입씨름이 계속되고 있다. 18년 이라는 통치 기간이 말해주듯, 그가 이 땅에 남긴 것들이 많아서다. 특히 그 세월 동안에 어떤 지역, 어떤 사람들은 자자손손(子子孫孫) 이 나라의 ‘메이저’로 살아갈 수 있게 되어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사람의 통치자가 18년간 권력을 휘둘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에게는 ‘독재자’란 멍에가 씌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 세월 동안에 어떤 지역, 어떤 사람들은 무참히 짓밟혔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죽기도 하고, 민주주의를 주장한 죄(?)로 고문당해 사람답게 살지 못하기도 했다. 개인은 물론 집안까지 ‘마이너’의 구렁텅이로 몰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산업화’의 공을 앞세우는 ‘메이저’들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그에 대한 역사의 평가를 ‘왈가왈부’로 끌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딸이라는 ‘스펙’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된 박 근혜 의원의 존재도 ‘왈가왈부’를 지속 시키는 중요한 이유다. 딸이 아버지를 ‘독재자’로 평가하기 바라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5·16과 유신에 대해 “아버지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하는 것은 낯간지럽다. 아버지 때문에 불행과 가난의 멍에를 쓰고 살아가는 개인과 지역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산업화의 공도 인정해 줄 것을 바라야 한다.

박 의원은 당 내에서 조차 ‘사당화’ 논란이 나올 만큼 ‘원칙’으로 위장한 ‘독선’으로 당을 끌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는 대부분 아버지 박정희와 어머니 육영수의 이름을 딴 정수 장학회나 영남대학교 재단에 박 의원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 큰 실수를 하지 않는 박 의원 답게 이에 관해서도 말을 지독하게 아끼고 있다. 대리인들의 변명을 들어야 하는 국민들이 딱하다.

일본의 메이지(明治)유신에서 따온 ‘유신’까지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 박 의원이 아버지 박정희의 ‘아바타’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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