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말 뿐이다. 역사 인식이 전혀 민주주의적이 아닌 박 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모습은 추악한 ‘꼼수’다. 추악한 모습의 경선장에서 맨먼저 단상에 올라가 쓰레기를 치우고 후보들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안 희정 지사는 아름다웠다”

세상만사를 가장 단순하게 분류 한다면 아름다움과 추악함으로 나눌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은 보고 듣기에 좋고 진실함이 있다. 그 느낌은 기쁨을 주기에 아무리 깊이 오랫동안 탐닉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행복이다. 추악한 것은 보기도 듣기도 싫다. 불행이다. 나는 아름답다는 말만 들어도, 글자만 보아도 마냥 좋다. 그래서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내세우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세계 최고의 광고 문구로 꼽는다.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세상, 그것은 인간이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이어서 이상향(理想鄕) 이나 천국(天國)이라고들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다. 하지만 꿈을 포기한 사람에게는 세상이 추악하게만 보일 것이다. 쓰레기를 치우듯 추악한 것들을 하나하나 치워내면 될 것을 포기 한다.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아름다운 세상까지 더럽힌다.

부처의 눈에는 모두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모두 돼지로 보인다는 부처님의 말씀대로라면 아름다운 세상도, 추악한 세상도 모두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는 꿈을 포기하게 하는 ‘악마의 유혹’이니 흔들리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추악함 속에서도 끝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추악한 것들 마저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라는 가르침이다.

요즘 제각기 표현은 다르지만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국민들에게 하는 약속들이다. 듣기만 해도 즐겁고 행복해야 할 국민들에게 그들의 말은 하나같이 표를 얻기 위한 ‘꼼수’로 들린다. 아니, 틀림없이 ‘꼼수’다. 그들의 행동이 “나는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고 말하고 있다. 박 근혜 새누리당 후보나 민주통합당 경선주자들 모두가 말은 아름답게 하는데 행동은 추악하기 그지없다.

박 근혜 후보는 ‘경제 민주화’를 들고 나섰다. 어떻게 경제를 ‘민주화’ 하겠다는 것인지 알맹이도 없다. 최측근 참모들 사이에서도 ‘공주님’의 말을 해석 하면서 서로 옳다고 싸울 정도다. ‘반민주’의 화신으로 각인된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경제학 사전에도 없는 말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 아버지 시대의 추악한 역사에 대한 인식은 실망스럽다. 아버지의 피해자들에게 대한 진심어린 사과조차 없이 ‘민주화’를 말하는 박 후보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아버지 박 정희의 ‘아바타’로 보인다.

총선에서 실망을 안긴 민주통합당 경선 주자들이 정권을 창출하려면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 실제는 반대다. 정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세계 최초(?)로 모바일을 포함한 국민경선제라는 모험을 하면서까지 정권 창출에 나선 사람들 같지가 않다. 발전된 ‘룰’과는 다른 모습만 국민들에게 보이면서 점수를 까먹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추악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경선 투표장의 야유까지는 참을 만 했다. 달걀 세례를 지켜보는 마음은 손 학규 후보의 말처럼 참담했다.

‘룰’이 잘못 되었다고 시비를 한다? 경선 준비조차 철저히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국정을 맡기겠는가. 지지자들에게 야유의 자제를 당부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후보가 있었으면 그에게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능력과 자질이 있는 거물 정치인을 보았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달걀 세례가 쏟아진 단상에 와이셔츠 바람으로 맨 먼저 올라가 깨어진 달걀을 치우고 후보자들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하는 안 희정 충남 지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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