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싸이가 말춤으로 세계를 제패 했다. 우리말을 모르면서도 지구촌이 싸이에 열광하는 이유는 ‘재미있어서’다. 정치 쇼도 재미있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을 보는 국민들은 재미가 없다. 말솜씨도 없고 복장도 평범하기만 하다. 어떻게 국민들을 즐겁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라”

싸이. 본명 박 재상. 아무리 보아도 나 보다 못 생겼다. 게다가 배불뚝이다. 그런 그가 세계를 제패 했다. ‘오빤 강남 스타일’이란 ‘웃기는’ 노래와 말춤으로. 유튜브 조회수가 4억 건을 넘어섰다.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한 동영상도계 각국에서 봇물 처럼 쏟아지고 있다. 영국 음반 차트 1위에 올랐고 미국에서는 2위지만 1위로 올라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영국은 지방색이 강하다. 우리말도 모른다. 음반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1위에 오른 것은 ‘기적’이다. 놀랍다.

단지 음원만으로 우리말을 모르는 사람들을 사로잡은 매력은 한마디로 ‘재미있어서’다. 세계는, 인류는 싸이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말춤을 추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지난 주말 뉴욕에서 펼쳐진 ‘코리안 퍼레이드’에 사상 최대의 인파가 몰렸다. 100여명의 미국인들이 말춤을 추며 행사에 참여 했고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강남 스타일’을 따라 불렀다. 중국은 물론 ‘전쟁중’인 일본에서도 인기다. 지구촌을 ‘강남 스타일’로 만들어 버린 싸이가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못생긴 배불뚝이’ 싸이가 자랑스럽다. 싸이외에도 동방신기·소녀시대를 비롯한 한류(韓流) 스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인기도 얻고 돈도 벌어들인다. 그들의 활약이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혀 경제 위기에서 구할 것이라는 믿음이 든다.

한류(韓流)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적 요소는 ‘재미’다. ‘재미’는 문화예술 뿐 아니라 정치에도 핵심적 요소다. 좋은 정치, 잘하는 정치는 국민을 즐겁게 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즐겁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들이 정치를, 정치인을 재미있게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정도 박에 남지 않아 ‘정치쇼’가 한창인데도 재미가 없다.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 전엔 ‘안 철수 재미’가 있었지만 막이 오른후엔 기대한 만큼의 재미가 없다. 어느 후보도 국민들에게 ‘재미’를 선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허 경영 이라는 후보가 있어 조금 웃기기는 했다. 이번에는 그런 후보도 없다. 웃을 일이 없는 ‘정치쇼’만 연일 계속되고 있다.

박 근혜·문 재인·안 철수 등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들이 하나같이 ‘재미’라는 정치의 핵심적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 국민의 눈에 비친 세 후보는 똑 같다. 어쩌면 그렇게도 하나같이 말 재주가 없을까. 복장도 “무슨 옷을 입었더라” 거나 “신발이 끝내 주더라”는 등의 흥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난한 복장들이다. 매력 있는 표정이나 제스처도 없다. 찾아다니는 곳도, 정책도, 하는 말들도 도대체 구분이 안 된다. 이것은 국민을 즐겁게 해야 할 의무가 있는 후보들의 의무태만 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을 즐겁게, 웃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나 고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고난 패션 감각이나 유머가 없다 치자. 대한민국에서 이름께나 있다는 사람들이 즐비한 ‘캠프’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예쁘고 화사한 원피스도 입혀보고, 유머도 장착 시키고, 청바지도 입혀 보고, 말춤도 추게 하라. 싸이를 ‘벤치마킹’하라. 그의 서울 시청앞 광장 공연과 같은 ‘쇼’를 기획하고 연출하라. 두 시간여 동안 혼자서 관중을 환호케 한 공연은 ‘캠프’의 치밀한 연구와 깊은 고민에 싸이의 열정이 더해진 결과다.

행여 실수라도 할까봐 절제된 후보들의 언행은 ‘각본’ 대로 라는 ‘티’가 난다. ‘대통합’이나 ‘화합’의 행보조차 마지못해 하는 듯한 인상이다. ‘각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정치쇼는 재미가 없다. 오바마와 롬니가 싸우는 미국에서는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한 ‘오바마 스타일’과 ‘롬니 스타일’ 동영상이 미국인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강남 스타일의 본고장 한국에선 그런 패러디물 하나도 없다. 재미가 없으니 관심도 없다는 증거다. 재미 있는 각본에 따라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정치쇼가 보고 싶다. 그런 재미를 선사하는 후보에게 투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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