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대선정국이 뜨겁다

18대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예비후보에게로 쏠리면서 이들의 정책공약 대결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세 후보 공통의 화두인 일자리창출을 시작으로 대학의 반값 등록금과 사회복지예산의 확대는 물론 과히 혁신적이라 할 만한 정계개편 등등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붙잡아 두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달콤한 공약들이 후보자의 잰 발걸음에 맞춰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이 발표한 공약이 현실성과 구체성이 부족한 마치 벼락치기 공부를 한 사람이 답을 적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즉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은 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후보시절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춰 남발했던 공약(公約)이 결국 공약(空約)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일부 대통령은 그 공약에 묶여 퇴임 후까지도 홍역을 치루는 일이 있었다.

역대 대통령의 공약(空約)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불리하게 돌아가는 선거전을 만회하기 위해 대통령 임기 중 중간평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극심한 국론분열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없던 일로 처리되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군부내의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라는 큰 업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IMF체제라는 국가부도사태까지 몰고 왔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을 막겠다는 정제되지 않은 순간 공약으로 세계화라는 대세에 밀려 집권기간 내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을 안아야 했다.

5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네 번 출마하는 동안 그의 단골메뉴는 농가부채 탕감이었다.

구체적인 방안까지 예시하며 탕감공약을 발표했으나 그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종국에는 부채의 상환기간 연기와 정책자금 금리인하를 뼈대로 하는 농가부채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으로 농민들은 만족해야 했다.

불운한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일선검사들과 담판을 벌이는 초유의 모험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의 손에 의해 명예를 짓밟히다 생을 마감해야 하는 불운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도 했다.

소고기 수입으로 인한 촛불시위와 4대강사업의 격렬한 반대로 임기내내 시달렸던 이명박 대통령역시 후보시절 747 경제공약을 내걸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동안 그 공약을 실현해 낼지는 미지수이다.

황당한 공약들

역대 대선에서는 황당한 공약도 있었다.

15대와 17대 대선에 출마했던 허경영 후보는 당선 즉시 계엄령을 선포하여 국회의원 전원을 사법 처리하고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하면 1억원을, 부모가 돌아가시면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사회 지도층과 정치인 3000명의 살생부를 작성하고 암행어사제도를 부활할 것이며 불효자는 사형에 처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모후보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인 도태를, 또 다른 후보는 당선직후 모든 감옥을 폐쇄하고 상징적인 의미로 백기를 게양하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물론 웃음을 자아내는 황당한 공약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가 없다.

선심성 공약은 지양해야

18대 대선의 삼각 축이랄 수 있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의 ‘공약’을 뜯어보면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을 내걸었던 것은 매우 돋보이지만 막연하게 추상적인 계획만을 밝혔을 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방안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더군다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내년엔 세수가 13조원 가량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모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추가 예산을 필요로 할 것인데 늘어나는 예산들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당선에만 연연해 우선 표를 모으고 보자는 선심성 공약은 지양해야 할 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자신의 공약에 발목이 잡혀 임기 내에는 물론 퇴임 후 까지도 인구에 희자되어야 했던 일들을 후보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을 염두에 두고 단지 표를 끌어 모으려는 꼼수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거나 작은 것을 부풀려 포장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기대치만 높여놓다 보면 그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었을 때 실망한 국민들이 등을 돌리면서 불운한 대통령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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