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대선 후보의 단일화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역사 발전을 이룬 소중한 유산이다. DJP 연대와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정권교체를 경험할 수 없었다. 독재의 후예들에게 단일화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 박수를 받는 단일화 없이 역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안철수 (예비)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시작 됐다. 새누리당은 단일화를 국가적 중대 범죄라고 매도했다. 나라 안 원로들께서 단일화를 요구한 사안이다. 3자 대결이면 무조건 당선될 것으로 믿었던 모양이다. 1대1 대결에선 당선이 불투명, 아니 낙선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기에 관행이나 법적으로 범죄가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하는 말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범죄라면 국가 원로들께서 유력 대선 주자 2명에게 범죄를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건국 이래 대부분의 대선에서 주자들 사이에는 단일화 논의가 있었다. 독재정권의 후예들에게 단일화는 ‘악몽’이었다. DJP(김대중과 김종필) 연대로 독재의 후예들은 건국후 처음으로 정권을 내주어야 했다. 노무현도 정몽준과의 단일화로 정권을 재창출 했다. 두 차례의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대세론이 단일화로 인해 무너졌으니 악몽이 아닐 수 없다. 단일화라는 정치공학적 방법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았을 것이다. 국제사회도 정권교체 경험이 없는 대한민국을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단일화야말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는, 역사 발전을 이룬 소중한 유산이다. ‘범죄’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단일화’ 라는 ‘무기’가 없다면 임기 내내 실정을 거듭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은 실패할 것이 뻔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당이 실정할 경우 정권이 바뀌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지 못한 나라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실정에도 불구하고 여당 후보의 ‘대세론’이 힘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 나라로서 발전을 희망하는 원로들께서 문·안 두 후보에게 단일화를 요구한 이유다.

단일화 방안으로 경선·여론조사·양보 등 세 가지가 거론된다. 단일화를 바라는 국민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보인다. 문재인의 전제 조건 없는 단일화 제안에 안철수가 조건부 수락을 한 모양새가 험난한 협상 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단일화 협상의 전제로 내건 조건 자체가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어렵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한 조건이 걸린 협상이 과연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우려된다.

문재인은 원로들의 요구대로 조건 없이 단일화 협상을 제안 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는 조건을 달아 단일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단일화 제안에 대한 조건부 수락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협상의 공정한 ‘룰’이다. ‘공정한 사회’를 이루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로서 이처럼 불공정한 협상의 ‘룰’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합의’ 라는 안철수의 단일화 조건은 듣기에는 더없이 좋다. 그 의미도 나무랄 데 없다. 문제는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며 철학은 또 무엇이냐다. 그는 줄곳 ‘국민의 뜻’을 내세웠다.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만을 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로 알아 들었다. 그렇다면 ‘무식한’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안철수는 국민들에게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에 동의한다면 누가 대통령으로 더 적합하며 당선 가능성이 큰가에 대해 협상하자고 나서야 했다. 그것이 그에게 환호하는 국민에 대한 예의다. 안철수를 환호하는 이유는 딱 하나, 새로운 정치다. 과거의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메시지 하나로 하루 아침에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당연히 국민들이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문·안 두 후보는 어떻게든 국민의 박수를 받는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어야 한다. 첫 만남에서 7개항의 합의를 했다니 다행이다. 아름다운 단일화가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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