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이제 구시대는 마감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다시 태어나 새로운 정치,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나서야 한다. 소득 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좌우의 날개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지난 5년은 정말 재미없는 대한민국 이었다. 경제 하나는 좋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로 탄생 시킨 정권이 서민들의 목을 졸라매는 정치로 일관 했다. 열리기 시작한 남·북의 문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굳게 잠기고 휴전 이후 우리 영토에 포탄이 떨어지는 비극이 연출 됐다. ‘형님’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이 굴비처럼 엮이는 신세가 되는 모습을 보아야 했으니 무슨 재미가 있었겠는가.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누구는 환호하고 누구는 탄식 했다. 누구는 스스로가 대통령이 된 듯 가슴 벅찬 감격을 느꼈고, 누구는 절망과 분노에 어쩔줄 몰라 했다. 전 국민이 거의 절반으로 갈라졌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그 안에서 또 호남과 영남으로 쪼개졌다. 유달리 화합이니 대통합이니 하는 단어들이 춤을 추던 선거는 결국 국민을 갈라놓는 데만 성공 했다. 분열과 갈등이 막장에까지 이르게 했다.

이제 재미없고 분열과 갈등이 막장에 이른 시대는 마감해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이 약속한 새 정치와 대화합을 이룰 것이라 믿어야 한다.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서민의 삶이 팍팍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주길 기대해야 한다. 경쟁 했던 두 후보가 내세운,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되고 전 국민이 행복한 시대가 되길 바라야 한다. 승리를 축하하고 축복해야 한다. 실패를 위로하고 진심으로 껴안아야 한다.

믿어야 한다. 박근혜 당선자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킨 대통령이 될 것을. 굴곡의 역사가 더 이상 우리의 미래에 끼어들지 못하는 새로운 나라의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소득이 높은 나라이기 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춥고, 배고프고, 아픈 이웃을 배려하는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제 보다는 문화가 강한 나라, 그런 자랑스러운 나라의 국민이 될 것을.

박근혜 당선자에게 지워진 짐은 무겁다. 버겁다. 3류 정치를 1류로 바꾸는 선봉장이 돼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이루어 골고루 잘사는 나라의 골격을 잡아야 한다. 문화강국의 토대를 마련해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남북과 동서, 세대간, 계층간, 이념의 갈등 해소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소통과 대화합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이룰 수 없다.

역설적이지만 당선자의 의지와 노력보다 여야 정치인들의 의지와 노력, 협력이 없다면 상상만 해도 행복한 나라, 국민이 될 수 없다. 새누리당은 박정희와 전두환의 그림자를 걷어낸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승자독식’의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패자에 대한 배려는 더욱 절실하다. 지금까지처럼 당선자의 눈치나 보는 ‘측근’ 들은 사라져야 한다. ‘카리스마’ 보다는 소통을 정권 운영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고 이영희 선생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면서 좌파와 우파의 상생을 역설 했다. 이념이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배척하지 말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라는 가르침이다. 당선자 박근혜가 향후 5년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새가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날 수 있도록. 한시라도 잊는다면 대한민국은 상처 받고 찢겨 추락하고 만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기는 대통령이 아니라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패자인 민주당에게는 ‘와신상담’(臥薪嘗膽) 만이 유일한 약이다. 패배의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아서는 안 된다. 보수를 탓하고, 영남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내일을 위해 국민이 바라는 ‘새 정치’의 틀을 짜야한다. 아무나 쓸어 담는 정당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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