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윤창중과 한광옥 등은 요즘 국민의 절반에게 욕을 먹는 대상이다. ‘대화합’은 박 당선자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경제민주화도 복지도 갈등의 해소 없이는 불가능하다. 야당·진보 진영의 의견을 상당부분 반영하는 것이 대통합의 길이다”

요즘 신문과 방송의 머릿기사는 박근혜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다. 국민의 절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특히 윤창중과 한광옥·김경재가 등장하면 눈살을 찌푸린다.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 나오기도 한다. 이들을 기용한 박 당선자의 인사 스타일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 ‘대통합’을 한다면서 왜 이런 인사들을 기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들외에 또 한사람, 한화갑까지 4명은 박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인수위 대변인으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윤창중은 ‘막말 보수논객’으로 통한다. 문재인 후보를 ‘어린애’라고 했으니 이보다 더한 막말은 없다. 권노갑의 추천으로 입사한 문화일보에 는 야당과 진보진영에 지독한 비난의 글을 쏟아내 사내에서조차 경고를 받았다. 대선 과정에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언론계와 정치판을 오가며 출세를 지향해온 행보, 생김새에서부터 말투까지가 싫어 그의 사진이나 화면을 보면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광옥과 김경재는 40년 세월 영욕을 함께한 동지들과 하루아침에 등을 지고 박근혜 캠프에 합류 했다.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을 각각 네 번, 두 번 했다. 그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사람들은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한광옥은 민주당의 대표도 지냈다. 나이 70을 넘겨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이들은 어느날 갑자기 박근혜 진영에 합류 했다. ‘김대중의 뜻에 따른 결정’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이희호 여사는 이들의 행동이 김 전 대통령의 뜻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아직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지만 리틀 DJ로 불리던 한화갑은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든 심정”이라면서 웃는 얼굴로 박 당선자의 ‘대화합’ 전략의 도구가 될 것을 자처 했다.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은 물론 당대표등 정치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린 사람이다. 두 한 씨와 김경재는 그들의 출신지인 호남과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란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 또한 ‘대통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한화갑·한광옥·김경재 등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 같다. ‘홍어 트리오’라고 부르며 언젠가는 또 배신하고 떠날 것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의 호남 사람 비하 발언에 인용된 홍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분명 욕이다. 이렇게 욕먹는 사람들을 정권이 출범하기 전부터 기용하는 박 당선자의 인사 스타일이 심히 걱정 된다.

새로운 5년을 이끌어갈 대통령의 가장 큰 과제는 남북간, 동서간, 계층간, 세대간의 갈등 해소다. 박 당선자는 이를 정확히 알고 ‘대통합’을 강조했다고 본다. 국민 누구도 대통합을 반대하지 않는다. 과거 민주당 핵심이던 이들을 대통합은 물론, 호남 대책 카드로 캠프에 끌어들인 것은 필요 했다고 이해한다. 하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욕을 먹는 실상도 알아야 한다. 이들을 앞세운 ‘대통합’ 노력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쳐 신중했어야 한다.

남북은 물론, 동서간, 계층간, 세대간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국민은 더욱 고통스러워 진다. 경제민주화도, 복지도 물 건너간다고 보아야 한다. 서로 제 앞에만 떡을 놓으려고 싸우는데 성장이든 분배든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국민 행복시대가 열리겠는가. 갈등의 해소 없이는 성장과 경제민주화, 복지 문제까지 해결되지 않는다. ‘대통합’이야말로 박 당선자가 임기 내에 이루어야 소명이다.

‘대통합’은 야당·진보 진영과 소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상당 부분 반영하는 것이 ‘대통합’의 길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밀어붙인다면 ‘대통합은 물 건너간다. 또 하나의 실패한 정권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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