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 꿰어 잘 이끌어줬으면……

김동규/ 전 영광청년의소 회장

정확히 한 달 남았다.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의 취임하는 2월 25일로부터 한 달 남았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각오이자 새 정부의 목표다. 어두운 경제전망 속 폭설과 강추위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마음을 그나마 다독이는 구호가 아닌가 한다. 은근히 걱정스럽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길 원하지만,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어서 다루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새 정부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니 얼마나 기대가 크고, 얼마나 많은 요구가 분출할까. 그로 인한 갈등은 또 어떨까.

박 당선인 탄생은 50대 유권자들의 ‘결단’에 힘입은 바가 크다. 50대 유권자 777만여명은 투표율 89.9%를 기록하며 표 62.5%를 박 당선인에게 던졌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200만표 이상 따돌리는 득표 상황을 만들었다.

50대는 변화에 따른 피로감보다 실용적인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안정감도 주요 행복조건의 하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젊은 세대를 지원하고 지탱하는 50대 부모를 먼저 지원해야 마땅하다는 ‘보은(報恩)’ 논리가 있을 법하다. 박 당선인이 ‘중산층 복원’이라는 대선공약을 내세웠던 것과도 궤(軌)가 다르지 않다.

50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이기도 하다. 이 세대는 6·25전쟁 이후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를 일컫는다. 다루기 쉽지 않은 독특한 이 세대의 건강상태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재정 운용이 달라지고, 이 세대의 은퇴 시기와 방법에 국민연금 재정이 휘청거린다. 10년 뒤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고령시대를 맞게 하는 세대다.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험과 특성은 매우 복잡하다. 이 땅의 산업화 초기에 궁핍을 겪었고, 부모의 교육열과 사회격변 속에 계층상승을 경험했다. 경제성장, 유신체제와 군사독재의 폭압을 경험해 1987년 6월 항쟁 때 ‘넥타이 부대’로 민주화를 견인했다. 40대 때 대선에서 국민의정부·참여정부를 탄생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18대 대선에선 50대로서 박근혜 정권을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힘을 보탰다.

또 하나 박근혜 당선인은 첫 단추를 잘 꿰어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불안한 경제전략을 잘 펼쳐 선진국으로 진입을 바란다.

기원전 4세기께 스무살에 마케도니아 왕이 된 알렉산더 대왕은 집권 초 아테네・테베 등이 일으킨 반란을 100일 만에 진압해 대제국 건설의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1993년 대공황에 빠진 미국의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취임 후 100일 동안 15개 법안을 통과시키며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경제적 안정을 이뤄냈다. 집권 초 신속하고 과감한 선택으로 한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간 사례다. 대통령과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인 ‘첫 100일’의 유래이기도 하다.

1개월 뒤면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국민의 선택이 끝난 지금 변화에 대한 기대와 뭔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알렉산더 대왕과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새 대통령이 첫 단추를 잘 꿰어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지금 바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취임 후 100일 안에 어떻게 틀을 잡는지가 대통령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아직 취임 전이지만 새 정부가 성취하려는 목표와 재임기간 중 할 일을 규정하고 어떻게 추진해나갈지를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설득력 있는 비전과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선거를 치르면서 심화된 대립과 갈등을 완화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을 설득하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지지 기반을 넓혀 국력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삶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전략이다. 우선 집권 초기에는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 소비・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어 불황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재정지출을 비롯한 다양한 경기부양 대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온 수출이 올해 감소세를 기록하고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금융과 해외마케팅 지원을 강화하는 등 수출 촉진에도 힘써야 한다.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가계부채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 경기가 살아나고 경제가 성장해야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등 새 정부가 주장하는 정책들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6% 수준이던 성장잠재력은 지금 3%대까지 떨어졌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는 까닭이다.

국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주고 상대적 박탈감, 특히 빈곤감을 완화하는 조치들로 덜 분노하고 덜 불행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다. 그게 국민이 행복해하는 시대에 접근하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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