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영광세무회계사무소

“사장님, 전에는 어떤 일을 하시다가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죠?” 라고 묻는 나에게 그분은 신념과 의지에 찬 눈빛으로 “전에는 이 일을 해본적이 없어요, 누구나 다 처음이란게 있는데 하다보면 다 잘하게 되는 것 아닌가?, 누군 태어나면서부터 잘했나?”라며 응수했다. 누가들어도 100퍼센트 맞는 말을 자신감 넘치는 눈빛과 표정으로 건내는 그분으로부터 나는 이 분이 하시는 이 사업은 반드시 성공할 수 밖에 없겠다는 확신과 함께 알 수 없는 에너지를 얻은체 기쁜 마음으로 사무실에 돌아 왔다.

책상에 앉으니 내 아이가 나를 엄마라고 불렀을 때가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할 무렵 기어다니면서 엄마를 향해 엄마라고 불러서 알아들었는지 모를 칭찬을 격하게 해주었더니 아빠인 나에게 마저 엄마라고 불렀던 그 때가 생각나서 말이다. 물론 지금은 우렁차게 나를 아빠라고 부르며 날아올 정도(?)지만 시작은 그렇게 서투른 것에서부터였다.

티비를 보다보면 ‘저 사람은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여 그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떤 일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날 때부터 저런 재능을 타고 났다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이기에 더없이 좋겠다는 부러움도 막연히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어떤 재능을 갖고 세상에 나온 복받은 사람도 있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자의든 타의든 어쩌다보니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되고 그것을 오랜시간 계속하다보니 자신이 속한 분야에 재능을 갖게되고 그 일에 능수능란한 사람들이 되었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조금 더 쉽고 빠르게 목표에 도달할지 모르지만 그 사람들 역시 재능을 알아차리고 개발하기 위한 서투른 시작이 없었다면 그 재능 역시 꽃피울 수 없을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은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시작을 거창하게 했다가 흐물흐물하게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시작을 하지 않음보다는 훨씬 낫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시작을 하면 죽이되든 밥이되든 어떤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상황에 따라서는 내가 당초에 만들고자 했던 밥보다 바라지도 않았던 죽이 더 좋은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에는 죽을 쒔더라도 다음에 밥을 만들기 위한 어떤 노하우를 얻게 될 수도 있기에 죽이라도 만들 수 있는 시작은 비록 서툴렀다고 하더라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시작은 반드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해야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것의 시작을 위하여 준비를 꼼꼼히 해야한다는 생각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치밀하게 준비를 하는 것은 좋으나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하여도 모든 조건이 완비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계획된 각본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우연과 수많은 변수들이 모여 예상치 못한 다양한 상황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설사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어떤 일을 시작 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진행과정에서 당초 갖추었던 조건들을 어느정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는 과정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누구나 시작은 서투르고 미약하다. 그러나 일단 시작을 위한 조건이 어느정도만이라도 갖추어 진 상태에서 열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부족함은 얼마든지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노력하는 과정에서도 상황에 맞게 크고 작은 계획들을 수정해 나가되 당초 시작했었던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떠올려 본다면 더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시작에 대한 의지를 1월의 달력을 넘기는 지금 다시금 활활 태워보자. 하느님도 시작하는 사람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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