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이명박 정권은 불통과 독선의 리더십으로 실패 했다. 국정운영에는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선거때 소통과 통합을 강조하던 대통령이 당선 이후엔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9단’답지 않다.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불통(不通)과 독선(獨善)의 리더십이 대한민국의 목을 조를 수도 있겠다는 우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당(黨)에서는 특효를 보았다. 정당의 운영은 국정 운영과 다르다. 불통과 독선이 보수 정당에는 특효약이 될 수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국정운영에는 독약이다. 특정 이익집단(gesellshaft)에 효과적인 리더십이 공동체(gemeinshaft)에서는 저항과 갈등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오리떼는 앞서 가는 우두머리만 따라가면 물을 만날 수 있다. 양떼는 풀밭에 다다를 수 있다. 필요한 먹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저항 없이 따라간다. 종류가 다양할 경우엔 그 종(種)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먹이가 필요하다. 초식 동물은 풀밭으로, 육식 동물은 연약한 초식 동물이 많은 곳으로 이끌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소통) 한데 모아야(통합) 강력한 집단으로서 경쟁력을 갖고 살아 남을 수 있다.

대통령은 특정 이익집단의 우두머리가 아니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리더다. 불통과 독선의 리더십이 아니라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불통과 독선의 리더십은 박근혜 당대표가 당(黨)을 위기에서 구하는 데는 약이었다. 이명박 정권에는 실패를 가져온 독이었다. 대선 정국에서 박근혜 후보는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 했다. 이명박 정권의 실패를 지켜본 국민들이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했던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당을 이끌던 스타일을 고수했다. 취임하면 달라지길 기대했다. 취임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지도, 여야 정치권 등 국정운영 동반자들과의 의견 교환도 필요 없다는 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밀봉인사’와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일부 수정을 요구하는 야당에 국정 공백의 책임을 돌리는 모습은 새누리당 대표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정치는 협상이다. 자기 의견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것이다.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가. 대통령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대도 분노에 찬 표정과 목소리로 국정 공백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담화를 발표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 아버지 박정희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정치인에게 단(段)을 매긴 원조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이다. 그는 3김씨와 대통령을 ‘정치9단’이라고 했다. 본인은 5단 정도 라고 했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정치9단’이다. 9단이면 ‘입신(入神)’의 경지다. 대선에 패해 비틀거리는 야당을 상대로 한 협상 정도는 쉽게 끌어냈어야 한다. 그래야 ‘9단’ 답다. 약해 빠진 상대에게 주먹다짐을 하는 것은 ‘9단’답지 않다. 아니, 아마츄어의 모습이다.

취임을 전후한 지지율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낮은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불통과 독선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것은 일부 국민과 야당만이 아니다. 여당 내에서도 서서히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여야간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이 나서 여당의 입지를 약화 시킨데 대한 불만이다. ‘여의도 정치’를 무시하다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박근혜 정권의 실패는 역사의 후퇴와 국민 생활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아버지 박정희를 통해 일찌기 대통령 수업을 할 수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면 된다. 아버지 박정희를 넘어서야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국정 공백에 국민이 뿔났다.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은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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