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체력 단련장으로 위장한 군부대 골프장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북의 전쟁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판에 군·경 지휘관들이 골프를 즐기다 들켰다. 실망이다. 끔찍하다. 분통이 터진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우물을 흐린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작금의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핵 전쟁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전 국민이 안보를 걱정하며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는 비상 시국이다. 이런 시국에 안보의 최일선에 있는 군·경 지휘관들의 골프장 출입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 조차 안보를 걱정하고 있는 판에 한가하게 골프나 치고 다니는 군 장성들과 경찰서장들은 한마디로 ‘정신 빠진 사람들’이다. 대통령과 군 당국은 북측을 향해 자못 위협적인 경고를 하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이런 ‘정신 빠진 사람들’ 때문에 걱정을 안할 수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골프를 “너무 재미 있어서 탈”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골프가 탈일까. 아니다. 골프는 무죄다. 시도 때도 없이 쾌락을 탐하느라 본분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문제다. 군 장성들이 즐긴 곳은 ‘체력 단련장’으로 위장(?)한 군부대 골프장이다. 장소가 군부대 안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골프를 즐긴게 틀림없다. 사태 발발시 대처 방안 마련에도 부족할 시간에 군 최고 지휘관들이 단체로 모여 있을 장소로는 시쳇말로 대단히 ‘부적절한’ 장소다.

나라의 안위보다 개인의 쾌락을 중요시한 장성들과 경찰서장들의 행태는 보기에 따라 전쟁 발발보다 더 큰 사건이다. 골프보다 안보를 중시하는 지휘관들이 있는 군·경은 전쟁 억지력이 되고 발발 시에도 큰 혼란 없이 이겨낼 수 있다. 안보 상황은 제쳐두고 골프를 먼저 챙기는 지휘관들이 많다면? 우습게 보여 전쟁을 야기할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패전(敗戰)은 정해진 수순이다. 전쟁 보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두려운 이유다.

군부대 골프장에 몇 번 가봤다. 공식 명칭은 ‘체력 단련장’이다. 골프장이 부족해 부킹하기가 어려운 시절이다. ‘민간’ 골프장 보다 재미는 덜 했지만 부킹만 해주면 ‘땡큐’ 였다. 현역 군인들(아마 모두 장교들이었을 것이다)이 VIP다. 그들을 위한 ‘체력 단련장’ 간판을 달고 있으니 당연하다. 비용은 ‘민간인’에 비해 거의 공짜 수준이었을 게다. ‘민간인’들에게 출입을 허용한 것은 ‘체력 단련장’ 운영비 충당을 위한 ‘묘수’로 이해된다.

군(軍)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유사시에 대비해 국민의 세금으로 양성된다. 군의 체력 단련이 아니라 장성들의 안보 의식을 흐리고 골프의 즐거움을 탐하는 놀이터로 ‘위장’ 운영되는 ‘체력 단련장’을 국민들이 제공할 이유는 없다. 골프장이 체력 단련에 도움이 된다면 장성들이 아니라 사병들에게 제공돼야 맞다. 장성들의 여가 시설로서 골프장이 필요하다면 떳떳하게 골프장으로 운영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사병들이 장군님 골프 시중드는 일도 없게 엄격한 운영 방침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군대는 안보를 가장 우선시 하는 강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핵으로 무장한 북의 도발적 위협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같은 시간 실전 최고 지휘관급인 장성들은 골프장에서 “나이스 샷∼”을 외치며 여가를 즐긴 것은 분명 보통 ‘사건’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군을 어떻게 관리 했기에 우리 군 장성들의 안보관이 이렇게 형편이 없단 말인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된다. 통탄할 일이다. 천안함이 격침과 연평도 포격에도 속수무책이었던 진정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우리 군을 ‘바지저고리’로 보고 저지른 만행은 아니길 빈다.

남과 북은 ‘정전중’이다. 전쟁을 잠시 중단하기로 협정을 맺었을 뿐 전쟁이 끝나지는 않은 상태다.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로 시작하는 선서를 하고 취임 한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가 안보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의 핵 위협 속에 취임 했다. 안보를 심각히 고민하고 대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군·경의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나이스 샷∼”으로 안보를 날려 보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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