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농사 진출의 문제점과 중국 유통시장 비교-

김상훈/ 전 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대추귀말자연학교장

요즘 농업계의 최대 이슈는 대기업 동부그룹의 농업생산 진출일 것이다. (주)동부팜화옹의 농업생산 진출 사업은 연이은 농업강대국과의 FTA로 인하여 절망에 빠져있는 농민들의 생존권을 더욱 위협하고 있어 현장 농민들의 분노를 크게 고조시키고 있다. 한농연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따라, 동부팜한농은 3월 26일(화) 성명서를 통하여 경기도 화성시의 화옹간척지 유리온실을 활용한 토마토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농민단체들이 요구해 온 사항을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

이런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이 왜 문제일까? 이는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로 경쟁력에서 열등한 위치에 있는 중소농가의 직접적인 피해가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다. 자본을 쥔 동부 입장에선 대기업의 농업 생산 진출을 저지하려는 농업인들의 대응 활동에 ‘과격 투쟁’ ‘집단 생떼’ ‘저부가가치 사양산업’ ‘농업 지원금 나눠먹기에 혈안’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농민들의 반발을 평가절하하면서, 국내 농업을 ‘미래형 6차 수출산업’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기업농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17년 동안 116조원을 농업에 투입했음에도 농가부채는 되레 3배 늘었고 농산물 무역적자는 21조원에 달한다면서, 오늘의 열악한 농업·농촌의 현실의 책임은 농업 지원금 나눠먹기에만 급급한 농업인단체의 잘못으로 언론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진 자들의 주장은 객관적 사실과 동떨어진 억지 주장일 뿐이다. 그 이유는 첫째, ‘한국농업이 30년째 GDP 대비 4%에 못 미치는 저부가가치 사양산업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과 EU 등 주요 농업선진국도 농업은 GDP의 2%이고, 취업자는 4%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이 EU는 농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불과하지만, EU 전체 예산 중 공동농업정책에 투입되는 예산이 70%에 달하다가 최근 40%수준으로 조정하였다.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과 EU의 수출경쟁력은 막대한 국내보조금과 수출보조금에 기초한 경쟁력이었던 것이다. 즉 국가가 기초적인 농업인프라를 갖추고 국가의 농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온 것이 선진국의 기본적인 생존전략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선행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농민단체들이 농업지원금 나눠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하지만, 농업지원금 수령 대상자는 농업인 개인 혹은 영농법인이다. 정부와 산하기관, 지자체들은 농림사업시행지침서에 의거하여 이들의 신용상태와 담보여력, 사업가능성을 엄정히 평가한 뒤 점수가 높은 개인 혹은 영농법인에게만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엄연한 사실을 왜곡하면서 사실과 동떨어진 허위적 내용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외치는 우물 안 개구리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셋째, ‘17년 동안 116조원을 쏟아부었다’고 주장하지만, 그 내역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116조원은 정부가 흔히 쓰는 수사로 대부분 농민에게 직접 쓰여진 것이 아니다. 생산력 향상을 위한 기반정비 등 SOC에 투입되었고, 도시민에 비해 열악한 농촌 주민의 의료, 보건, 교육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초 인프라에 쓰였으며, 농업 생산 부분에서도 융자로 지원해 실제 지원액은 이차보전액 즉 시중은행보다 일정부분 싼 이자 지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융자 지원이 시설에 투입되어 생산자산이 늘어난 대신에 농가부채의 부담으로 이어진 원인이기도 하다.

넷째, ‘농업 부문 무역적자는 연간 21조원에 달한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량자급율이 22%에 불과하고, 식량수입국으로 된 원인은 무엇인가? 80년대부터 시작된 시장개방, 1995년 WTO출범과 2000년대 자유무역협정의 진전 때문이다. 막대한 국내보조금, 수출보조금, 유통 장악을 통한 경쟁력을 지닌 농산물 수출국과 곡물메이저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하여, 식량은 수입해도 된다는 농업개방론자들이 원했던 결과 아닌가?

마지막으로 동부팜화옹의 경우와 같이 FTA로 피해를 보게 된 농민들에게 지원되어야 할 기금이 대기업에게 가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와, 소위 대기업 우선주의를 통해 생기는 ‘낙수효과’가 우리 농업과 농민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지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한국경제에서 경제이념으로 위력을 떨쳤던 ‘낙수효과’가 이제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사회적 양극화를 가속화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중 FTA비준을 앞둔 상황에서 올해들어 영광농협에서 실시한 중국의 유통시장 견학 프로그램은 시의적절한 조처였다고 판단된다. 이 시찰단에 참가한 농민들 대부분은 중국농업의 저력을 다시 한번 절감하고 왔을 것이다. 중국 정부에서도 이젠 농업을 중요한 국가 전략산업으로 여기며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하는 정책과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보상정책을 펴고 있다는 정보는 충격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결국 양보다는 질을 외치고 유기농업 같은 안정성을 담보한 농산물을 생산하면 FTA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이란 우리의 생각이 단견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대기업의 농업진출로도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우리나라 농업은 안고 있음을 자각하고 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안이라 여겨지는 “로컬 푸드형 자가 소비 농사체계”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지역에서 일차 소비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한 농정 방향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 뒤 잉여 농산물에 대해선 도시와의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유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생산기반 조성과 함께 제도적인 뒷받침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한중 FTA를 통해 중국농산물의 유입이 몰려오더라도 우리를 지켜낼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농업의 방향은 스스로 우리를 지켜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할 시점이다. 그 시발점이 이번 영광농협의 중국 유통현장 답사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역내 오피니언리더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기회를 활용하여 영광군의 농업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계기가 되어주길 다시한번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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