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프리랜서

“여당은 눈치만 보고 야당은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다. 정치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강권적 지배 모습만 보인다. 민주주의 공화정의 후퇴다. 국민 중심의 정치는 안중에도 없고 특권만 챙기는 기존 정치권에 미래는 없다. 새누리당의 전락과 민주당의 침몰이 예상된다”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총선과 대선에서 잇달아 승리한 새누리당도, 제1야당 민주당도 존재감이 없다. 보이고 들리는 것은 오직 대통령의 모습과 목소리 뿐이다. 거대 여당은 모든 정치행위를 대통령에게 미룬 듯 조용하다. 아니,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표현이 옳다. 127명이라는 적잖은 의원이 있는 제1야당 민주당은 잇단 선거 패배에 따른 당내 정비를 핑계로 정치는 포기한 모습이다.

양대 선거를 치르면서 강조된 국민, 특히 서민을 위한 정치는 어디로 갔는가. 화해와 소통의 약속은? 국민행복시대는? 화해와 소통의 모습도, 국민행복시대가 오겠다는 조짐도 없다. 여당은 대통령에게 화해와 소통의 행보를 주문하고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한 정책 토론으로 시끄러워야 맞다. 민주당도 여당과 대통령에게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 대통령 눈치나 보고, 당권 다툼이나 벌이면서 특권을 누리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현대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형태는 공화정(共和政)이다. 국민이 주인인 정치 형태다. 주인인 국민을 대리하는 의회 의원들의 의결을 통해 국가를 운영한다. 대한민국도 헌법 1조 1항을 통해 민주공화국을 천명하고 있다. 1조 2항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특정 개인이 권력을 장악하는 정치(전제정치)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건국 당시 정치인들의 결연한 의지로 이해된다.

정치 현실은 어땠는가. 초대 이승만에서 13대 노태우에 이르기까지 45년간 대통령들은 의회의 의결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역사는 평가하고 있다. 이승만(1∼3대), 박정희(5∼9대), 전두환(11·12대)에서 13대 노태우에 이르기까지 대통령들은 독재 권력을 휘둘렀다. 4·19와 10·26 이후 과도기 대통령인 4대 윤보선과 10대 최규하를 제외한 역대 대통령 모두가 국민을 ‘주인’이 아니라 졸(卒)로 여겼다.

이들 독재자들이 써내린 역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바라는 수많은 인재들의 수난사와 궤를 같이 한다. 조봉암이, 동베를린 유학생들이, 온몸으로 총칼에 항거한 부산과 마산· 광주의 시민들이 인권을 유린 당하고 목숨을 잃었다. 죄 없이 죄인 취급 당한 민주화 인재들의 희생은 그러나 결국 이땅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헌법에만 있던 ‘국민이 주인인 나라’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 했다.

걸음마를 시작한 민주주의가 단숨에 국민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국민을 중심에 두는 정치, 즉 민주주의 공화국의 모습을 갖추고 성장통을 앓았다. 그러다 박정희의 독재정권을 뿌리로 한 이명박 정권에 의해 사실상 성장을 멈추고 말았다. 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멀리 하겠다”고 했다. 의회가 중심이 되어 의원들의 의결을 통해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 정치를 멀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분명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전제정치를 꾀했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정치는 궤도를 이탈했다. 국민은 국정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효과가 확실치 않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복지를 외면한 것이 그 증거다. 여야 정치권 모두 혼란에 빠졌다. 국민은 실망 했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출 했다. 안철수 현상이다. ‘역사 발전’과 ‘새정치’를 화두로 정치에 뛰어든 안철수가 특권만 챙기는 기존 정치권의 대안 세력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변화다.

일사불란한 대통령 1인 지배체재, 눈치만 보는 여당, 침몰하는 선박 같은 민주당에서 민주주의 공화국 대한민국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5년후 새누리당은 야당으로 전락하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민은 졸(卒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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