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재/ 영광군농민회장

부지깽이도 한 몫 한다는 농번기, 국회 앞에서 개최된 대기업 농업 진출 규탄 대회 연단에 등장한 경상도에 사시는 70을 훌쩍 넘긴 토마토 생산자 전국 협의회장님은 평생 농민 집회장에 나온 적이 없었던 분이었다고 한다.

오히려 데모하는 농민들을 평소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는 심경을 솔직히 밝히며 잇따른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 시도에 분개해 머리띠를 질끈 동여맸다는 취지의 인사말을 들으며 다시 한 번 각종 FTA 못지않게, 국내 대기업 농업 진출이 우리 농업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이날 농민 대회에 참석한 영광 출신 이낙연 의원의 연설과 농어업 생산 분야에 대한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농업업 경영체 육성. 지원법" 개정안 발의 약속은 금번 사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약속과 다짐이라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중요한 시기, 적절한 대안으로 정치적 소외의 정점에 서 있는 농업 분야에 대한 정치권의 바람직한 역할을 견인해 주길 바라며, 농민의 한사람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법안의 핵심 내용 중 다소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인 비농업인의 농어업법인 출자액이 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과 함께 위법시 징벌적 개념을 강화하여 대기업의 농업 진출 의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다양한 장치를 법안에 추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씀도 아울러 전한다.

더불어 정부의 농정 관계자들은 기업자본이 농업 분야에 투자되어 우리 농업을 돈 버는 농업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박근혜 정부 농업 정책의 기조로 짜여 있는 현실에서 법안 통과에 많은 난관이 조성되리라 예상하며 더욱 분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새 정부 들어 각 종 보조금 정책을 융자사업으로 전환 시키고 또한 중복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각종 지원 사업을 중지시켜 영농법인, 농가 경영체를 고통으로 내몰고 있으며 면세유, 농약 지원등 현물 지원 역시 줄어 영농비용은 갈수록 상승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발생의 뿌리를 정부의 잘못된 농업 정책에서 발견하지 않고 오로지 자본의 농업 투자로 이끌어내 농업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농촌공동체 유지방식인 가족농, 협업농의 틀에서 농민들을 기업에 속한 농민노동자로 만들어 농업 생산물을 상품화, 규격화하여 가격 결정권과 이윤 극대화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드리고 모든 산업 분야 특히 대자본에 가장 취약한 농업 분야도 손쉽게 투자하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주창하는 창조 경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농민들은 절대 땅을 내어주지 않는다.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땅을 쉽게 내어주는 농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보조금 없애고, 중복지원 차단하고, 현물지원 줄이고, 농자재 값은 계속 올려 농민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농민신문에 전남 억대부농이 3400여 농가에 달한다고 엄청난 자랑질이다. 여기에 들지 못하는 전남의 약16만 농가는 무엇으로 살고 어떻게 연명 할 것인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의 본질은 억대부농에 들지 못한 2등 농민들을 농업 공장에 가둬놓고 농업노동자로 전락시키는 일에 다름 아니다. 도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처럼 죽은 척 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강력한 초기 대응과 이를 반대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매우 필요한 과제다. 정치권을 위시한 농민 진영과 소비자인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한민국 대기업 집단의 일상적 모습인 사회적 책무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천민자본주의의 맹주 노릇이라는 단맛에 중독된 저들에게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가 어떤 것인지를 노동자 농민 대다수 서민이 함께하는 강력한 국민적 저항으로 반드시 보여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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