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장

백세장수의 시대가 왔다. 굳이 장수의 마을이 아니어도 노인들이 모이는 곳에 가보면 백세내외의 어른들을 쉬이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할머니 건강하시고 백세까지 사셔요라고 인사를 했다가 할머니한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그 자리를 떠나오느라 정말 궁색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할머니께서 화를 내시는 까닭을 알고 다시 들어가서 용서를 빌었다는 P씨의 이야기인즉 그 할머니의 올해 연세가 아흔 아홉이셨다고 한다. 그랬으니 그럴 법도 한 일이 아닌가. 아흔아홉의 할머니한테 건강하시라면서 1년만 더 살으시라 했으니 얼마나 억울할 일인가

그래서 요새는 백세까지 사셔요라는 인사말은 절대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아버지께서 예순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뜨셨다. 그때만 해도 많이 살고 가신편이다. 나도 아버지의 나이 정도만 살고 가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아버지 돌아가신지 약40년이 된 지금 내 나이 그때의 아버지 나이를 지나 버렸다 지났는데도 지금 죽는다 생각하면 너무도 억울할 것만 같다. 그러나 죽음 앞에선 어쩔 수 있겠는가마는 지금 생각하니 아버지께서 너무 빨리 가신 것만 같다. 먹고살기조차 어렵던 시대에는 백세라는 나이는 이야기에나 나오는 나이 였을것이다.

의식주에 이어서 의료기술까지 급속도로 발전한 지금 백세는 이야기도 아니고 꿈도 아닌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간혹 TV 화면에서도 백 몇 살의 나이를 드신 어르신들이 자동차를 몰고, 산을 오르고 장작을 패는 모습 등을 보면 정말 실감나는 건강 백세시대가 온 것이다.

웰빙을 넘어 이제는 힐링을 찾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늘었다. 건강이라는 것을 꼭 몸에서만 찾으려했던 시절 우리는 먹는 것에 얼마나 관심들을 가졌었는가.

그러다보니 정신이 상대적으로 쇠약해지고 나약해져서 건전하지 못하니 우울증이니 조울증이니 하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증상들의 이름이 점점 흔하게 느껴져서 우리 주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며 가정을 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육체의 건강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마음이 따라주지를 못했던 것이다.

이제라도 육체의 건강과 함께 마음의 치유에도 관심을 가져 볼일이다.

이미 발 빠른 지자체에서는 축제의 방향도 그쪽으로 바꿔 섬진강 둘레길 힐링 걷기대회힐링축제니 하는 행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 화려한 이름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우리는 힐링을 찾을 수 있다. 문밖만 나가면 남새밭의 푸르른 채소들과 나누는 이야기며 좀 더 나가면 들녘의 바람과 산야초들과의 만남, 거기다가 한발자국만 더 생각하면 이런 아름다운 만남들을 메모해서 한편의 글로 만들어 간다면 이것만큼 더 좋은 마음의 치료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위가 모두 시를 쓸 수 있는 자료들이 아닌가. 오늘부터라도 텃밭에서 상추와 고추와의 나눈 이야기 그리고 본 그대로의 느낌 등을 집으로 돌아와 기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이렇게 해보면 우리가 말하는 그 거룩한 이름의 힐링이 아니라도 넉넉한 마음의 여유가 생겨날 때 우리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웰빙과 함께 마음도 건강해질 것이다.

이렇게 하다 시인이 되면 어쩌지! 염려 속에서 해보면 일석이조이다. 힐링의 시대 텃밭과 논두렁, 밭두렁에서의 마음의 여유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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