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원전비리가 전력난을 앞당겼다. 끔찍한 범죄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다. 선조들은 모시나 마포 옷 입고 합죽선으로 패션을 완성했다. 더위도 이기고 멋도 부리는 지혜다. 뒤를 돌아보고 소홀했던 것들을 챙겨보는 계기로 삼자

봄인가 했더니 아니란다. 여름이란다. 갈수록 일기가 불순해지니 여름과 겨울이 반갑지 않다. 더 덥고 더 더워진다. ·가을은 잠깐이고 여름·겨울은 길어진 느낌이다. 선생님께서는 “4계절이 뚜렷해 살기 좋은 나라라고 가르치셨다. 그 덕분에 좋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애국심을 고취하는 좋은 교육이었다. 이제 봄·가을은 존재감이 없어지고 여름·겨울만 커지고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쾌적한 날은 줄고 더위와 추위에 부대끼는 날이 많아져 걱정이다.

더우면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추우면 히터 틀면 된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에어컨과 히터 바람은 건강에 좋지 않고 피부미용의 적이다. 맞는 말이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엄살로 들린다. 덥고 추운 고통은 자칫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피부와 건강을 염려해 에어컨이나 히터의 가동을 가급적 줄이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 여름엔 전기가 부족해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야 한단다. 본격적인 더위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블랙아웃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온 나라가 요란하다. 나라에서 절전을 강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 여름 땀깨나 쏟을 각오는 되어 있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호들갑을 떨지 않을 수 없는 원인이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중지 때문이라니 화가 난다. 엉터리 부품을 사용해오다 들켰단다. 덥기는 커녕 오싹하다. 들켜서 다행이다. 자칫 큰 사고라도 났으면. 끔찍하다. 생각조차 하기 싫다.

어려울 때일수록 지혜가 필요하다. 화내고 탓하면 더 더워진다. 원전의 가동 중단을 다행스럽게 생각하자. 에어컨과 히터가 없던 시절 선조들은 한껏 멋을 부리며 여유롭게 추위와 더위를 이겨냈다. 더우면 모시나 마포 옷을 입고 손에는 부채를 쥐었다. 물과 산을 즐겨 찾았다. 밤이면 죽부인을 껴안고 자기도 했다. 추울 땐 구구소한도를 그려놓고 하루 한 송이씩 흰 매화에 붉은 색을 칠하며 추위 제깟 놈이 얼마나 가겠느냐고 비웃었다. 고통을 멋과 풍류로 승화 시킨 여유와 지혜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올 여름 절전을 핑계로 선조들의 멋있는 피서법을 배워보자. 모시나 마포 옷은 바지와 셔츠 차림보다 훨씬 시원하다. 품위와 맵시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림이나 글씨로 멋을 낸 합죽선을 손에 쥐면 패션의 완성이다. 부드럽게 펴지고 말리는 합죽선은 후일 자랑스러운 가문의 유산으로 손색이 없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빼앗긴 자녀들에게 태극선 바람을 선사해보면 어떨까. 피서 효과는 기본이고 온가족이 한데 모여 웃고 떠들며 즐기는 보너스까지 얻게 될 것이다.

뒤로 걷기는 하체 근육을 골고루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앞으로 걷기로는 효과가 없는 허벅지 안쪽과 종아리 뒤쪽 근육을 키워준다. 몸의 뒷면을 긴장시켜 교감신경 발달에도 좋고 허리가 굽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운동선수들이 다리 부상후 재활운동으로 많이 한다. 우리는 너무 빨리빨리앞만 보고 달렸다. 올 여름의 전력난은 뒤를 돌아볼 기회다. 부족하고 소홀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다.

원전비리는 그 뿌리까지 파헤쳐 엄벌해야 한다. 원전과 납품업체, 납품업체와 시험 기관 사이의 비리 정도 밝혀내는 것은 아마추어도 가능하다. 수사 기관이 프로라면 국민 누구나 갖는 의혹인 권력과의 유착 의혹까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적당히 시간 끌다 권력과의 유착이 없다고 발표한다면 국민의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다. 전력난 해소를 위한 원전의 재가동은 물론, 화력·풍력·조력 등 모든 종류의 발전소 증설도 국민적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 관련 비리는 물론 원전비리와도 무관치 않다는 중론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