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래/ 영광교직회장

(양육이 엄마의 몫이라면 교육은 아빠의 몫이다)

냉장고는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좋다. 강아지는 나와 함께 놀아주어서 좋다.

엄마는 나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빠는 왜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 글은 어느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쓴 글이다. 대한민국의 남편들은 자녀 교육의 자리를 아내에게 너무도 쉽게 내주었다. 그런가하면 가족 모두를 자기 속에 포함해버린 어머니는 초강력 울트라 우먼이 되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어느 어머니 모임에서 발표한 명문대 입학을 위한 조건으로 첫째 할아버지의 재력 , 둘째 엄마의 입시 정보력 , 셋째 아이의 건강, 넷째 아버지의 무관심(무관섭)을 주장했다는 이야기에 할 말을 잃었다. 이러한 안타까운 웃지 못 할 현실 앞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사교육비 1위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삶에 지혜를 가르쳐야 할 시간에 공부만을 가르치다 보니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공부 (空父)가 되고 아버지가 왜 있는지 알 수 없음은 당연한 현상이 되었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한 사람의 삶에 방향과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방향이 잘 못 잡힌 우리나라의 경쟁중심의 교육제도와 엄마들의 이기적인 생각은 아이들을 헛똑똑이로 만들고 마침내 패배자만을 양산하고 있다.

그 내면에는 남성성을 심어주고 인간교육을 담당할 아버지의 부재가 그 원인이라고 본다. 아버지의 가정교육은 아무리 가난해도 아무리 못 배웠어도 포기 할 수 없는 아버지의 특권으로 이 땅의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거룩한 임무이다.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생존의 필요한 기본적인 바탕을 심어주는 분이라면 아버지는 미래 삶에 필요한 안목을 키워주는 안내자이다.

옛 부터 아버지를 호미로 어머니를 낫으로 비유했다. 같은 이라도 호미가 낫의 예리함을 따라올 수 없다며 어머니의 사랑이 훨씬 크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호미와 낫은 그 용도가 다르다. 호미를 써야 할 곳에 낫을 쓰는 사람은 어리석다. 고랑을 파고 김을 매고 북돋우는 역할이 호미의 몫이라면 잡초를 베어내고 꼴을 베고 잘라 내는 역할은 낫의 역할이다.

요즘 아이들은 삶에 기본적인 자질과 품성이 부족하다고 한다. 감사함을 모르고 불평불만이 많으며 일상용어에 욕설이 많다. 그리고 좌절에 대한 면역이 없어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 진출을 꺼려하고 부모를 종처럼 생각하며 쾌락과 폭력에 물들어 가고 있다.

이는 아버지의 부재와 아이가 실패하면 안 된다는 작은 좌절의 기회를 빼앗아버린 완벽한 어머니가 주는 사랑 과잉공급의 결과라고 본다. 이러한 현상은 마침내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가족을 낳고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로 부모에 의지하는 니트족 , 정규직장을 갖지 않고 부모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프리터 족과 가정에 소 황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은 사랑과 함께 확실한 원칙과 기준으로 삶의 지혜를 주는 아버지의 가정교육이 필요한 시대이다. 독일 살렘기숙학교 교장인 베른 아르트 부엡은 엄한 교육이 아이를 살린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이는 사랑과 좌절이라는 두 개의 날개로 창공을 날 수 있다. 사랑의 날개를 엄마가 주었다면 좌절의 날개는 아버지가 주어야 한다. 엄마가 어머니가 되고 아빠가 아버지가 되는 두 번째 출산은 교육에 원칙과 기준을 가진 아버지의 몫이다. 양육이 엄마의 역할이라면 교육은 분명 아빠의 역할이다. 따라서 부부는 올바른 지어미()와 지아비()가 되어야 아이로부터 존경받는 어미()와 아비()가 될 수 있다. 현모(賢母)라고 모두 양처(良妻)는 아니다. 그러나 양처가 되어야 확실한 현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권위는 존중되어야하고 그 권위는 엄마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분으로 가정의 제사장이며 거룩한 성직자이다. 아버지는 가정의 가훈을 세우고 가정을 지키며 가족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는 분이다. “ 아이들 교육 어떻게 시키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남편들이 있다면 지금 아내에게 사죄하고 미운사람 1순위의 불명예를 벗기 위해 아버지의 자리에서 가정교육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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