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프리랜서

“통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미·중이 완충지대로서 남한과 북한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약일 뿐. 정치적 통일이 아닌, 경제·문화적 통일은 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북측의 ‘프로포즈’를 받은 행운아다. 대화에 이은 업적(?)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단 68년. 동족 간에 철조망 사이로 총부리를 맞대는 비극의 역사가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외세에 의한 분단이었다. 민족의 염원인 통일은 몇 가지 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다. 가장 큰 장애는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다. 2차 대전 승전국으로서 미국과 소련은 각각 남북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분단의 반사이익을 챙겼다. 한바탕 전쟁(한국전쟁) 후에는 ‘뒷배’역할을 한 미국과 중국이 남북의 상투를 틀어쥐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구촌의 양강(兩强·G2)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직접 부딪치지 않을 완충지대로서 남북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한반도의 남과 북은 이들의 전략적 요충인 셈이다. 우리가 아무리 통일을 염원한다 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다. 이같은 외부적이며 절대적인 분단 요인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 ‘뒷배’들은 그들 몰래 남북 당사자 간에 합의, 통일조차 할 수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남북의 위정자들도 분단의 장기화, 고착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독재권력 체재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단을 악용한 것이다. 분쟁을 핑계로 체재를 강화했다. 권력 유지를 위해 분쟁의 조장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양측이 합의해 발표한 공동성명까지 권력 유지에 이용됐다. 통일 분위기를 조성, 국민의 장기독재에 대한 불만을 잠재웠다. 남북 위정자들이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꼼수’를 쓰기로 합의한 것이다. 1972년의 7·4남북공동성명 이다. 이 성명이 나온 지 몇 개월 만에 북은 사회주의 헌법, 남은 유신헌법으로 체재를 강화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유행가 가사대로 우리 민족의 통일은 ‘세월이 약’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을 직시하고 여건을 성숙 시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독일처럼 체재의 통일에 앞서 갈등을 최소화 하는 것이 급선무다. 적대감 대신 민족 동질성을 키워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와 왕래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 갈등을 키운 세월 만큼 화해와 양보의 세월을 보내다보면 적대감은 사라지고 민족의 동질성도 회복이 가능하다. 외부적 원인으로 정치적인 체제의 통일은 안되지만 문화, 경제적 통일은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믿는다.

남북관계가 널뛰기 국면이다. 전쟁 위협→대화→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장관급 회담이 당일 무산 됐다. 북측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국장을 대표로 지명한 것이 무산 이유다. 조평통 국장이 장관급이라는 주장을 남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시 냉각 모드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없지 않지만 이같은 반전은 수없이 겪었다. 결국 대화는 열리고 상당한 성과도 있을 것이다.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대화 분위기 자체가 ‘뒷배’들의 의사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금명간 대화는 시작된다. 막혔던 금강산 길이 다시 열리고, 개성공단에서 남북의 동포가 살을 맞댈 것이다. 중단된 지 4년째인 이산가족 상봉의 감동도 기대할 수 있다. 분단 후 정치적 목적의 대화와 접촉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실질적이며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접촉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이루어졌다. 김대중과 김정일의 6·15남북공동선언은 남북관계 진전의 금자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운이 좋다. ‘뒷배’들이 관계의 악화를 원치 않는 덕분에 북측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은 첫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비록 당장은 덜컹거리지만 미·중의 의사에 따라 경제·문화적 통일의 기반을 쌓는 업적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인사실패와 불통으로 까먹은 점수를 보충하고도 남을 기회다. 작은 것은 양보하고 큰 것을 얻어야 한다. 명분보다 실리다. 협상의 기술이다. 민족의 미래를 위해 인내심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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