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지자체들이 박정희 기념 사업을 빌미로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 아부요 코미디다. 공도 있지만 과도 만만찮다.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나 닉슨 기념관 처럼 부끄러운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자는 기념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친일과 독재 행각에 대한 비판의 중심될 수도 있는 기념관이 많아야 할 필요는 없다

자손을 잘 둬야 제삿밥도 잘 얻어 먹는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조라 하더라도 후손들이 별볼일없으면 묘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른다. 제삿날 큰 상이 차려질 리도 없다. 대단한 위인의 반열이라기엔 약간 찜찜한 조상님이라도 후손들이 잘나가면거창한 사우와 왕릉 못지 않는 묘에서 사후 호사를 누린다. 물론 제삿날이면 직계 후손은 물론 잘나가는후손들에게 얼굴도장을 찍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제삿밥을 잘 얻어먹는 것은 옛날 배고팠던 시대의 유물이 돼가는 느낌이다. 호화 묘나 사당을 가진 집안은 기념관을 가진 집안에 꿀리는시대로의 변화다. 왕이나 대통령이 아니면서도 개인 이름의 기념관들이 많이 들어섰다. 충무공 이순신,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안중근 의사, 만해 한용운, 명성황후, 오지호, 남농 허건, 이효석, 박경리, 윤이상, 겸재 정선, 신 사임당 등이다. 존경 받는 민족 지도자, 문학, 음악, 미술, 여류 등 각계에서 뛰어난 족적을 남긴 분들이다. 아직 살아있는 분의 기념관도 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다.

역사적으로 뜻 깊은 일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기 위한 기념관도 있다. 서울 올림픽, 전쟁, 국채보상운동, 인천상륙작전, 제안리3·1운동, 제주 4·3 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이다. 기념관은 여러 가지 자료나 유품을 전시하는 건물이다. 물론 뜻 깊고 자랑스러운 공간이다. 조상의 이름이 들어간 기념관을 후손들로서는 자랑할만 하다. 인물 기념관은 대부분 사후에 건립된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아직 현직인 상태에서 건립된 특이한 경우다.

우리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승만,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은 기념관이 없다. 김영삼은 챙기는 사람들이 없어서, 이승만 등은 공()보다 과()가 두드러진 경우다. 노무현은 봉하마을 자체를 기념관이라 할 수 있고 김대중은 지난 15일 목포에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광주 김대중 센터를 기념관으로 아는 사람도 많은데 컨벤션 센터의 이름을 김대중 센터로 붙였을 뿐 기념관의 성격은 약하다.

국운을 일으켜 세울 지도자 께서 구청장 까지 일으켜 주시니 감사합니다. 서울의 중심 중구를 세계인의 역사문화도시로 발전시키겠습니다최창식 중구청장이 짝퉁 박근혜 트위터를 진짜로 착각,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부한 글이다. 물론 웃음거리가 됐다. 최 청장은 30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박정희가 살던 신당동 시장골목옆 집터를 넓혀 기념관을 짓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서울시가 반대했다. 그래도 추진한단다. 박정희 시대 둔마지로를 아끼지 않겠다고 한 장관을 기억케하는 아부요 코미디다.

시사저널은 최근 지자체들이 박정희 기념관을 짓는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 상암동에 기념관이 있는데도 중구청을 비롯한 구미, 문경, 청도, 울릉군 등을 사례로 들었다. 사이버 박정희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느 구미시는 생가공원화 사업에 286, 홍보관에 55억원을 투입했다. 그러고도 부족해 2015년 까지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을 조성한단다. 문경과 청도, 울릉군은 박정희가 스쳐지나간 인연을 내세워 기념사업을 펼쳤다.

박근혜가 미래권력이던 때부터 최근 5년간 박정희 기념사업에 투입됐거나 계획인 사업비가 경북에서만 1270억원에 달한다. 서울 중구가 기념사업 하겠다고 나선 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반대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기념관이 너무 많아 욕얻어먹을 것이 걱정돼서가 아닐까. 뉴욕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나치의 잔학상을, 닉슨 대통령의 기념관은 실정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배고픈 기억이 없는 후세들은 박정희의 공보다 과를 무겁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는 수많은 박정희 기념관이 그의 친일, 독재 행각을 비판하는 중심이 될수도 있다. 코미디 같은 충성경쟁에 대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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