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대학생, 교수, 언론인들의 시국선언이 잇달고 있다. 시위가 벌어지고 최루가스가 살포됐다.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의 조직적 대선 개입 때문이다. 노무현의 발언이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훼손이 큰 문제다. 박 대통령의 사과와 대책이 없으면 심각한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게 웬일인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이 아직도 민주화가 안 된 나라인가. 최루 가스까지 살포되고 있다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시국선언’ ‘시위’ ‘최루 가스등은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의 유물이 아닌가. 40여년전 태어난 민주화 운동이 박정희의 딸 박근혜 정권하에서 다시 상당히 과격한 양상으로 재탄생 한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생들에 이어 교수와 언론인들의 시국선언과 시민들까지 참여한 촛불 시위의 발단은 대선 직전의 국정원 여직원 선거 개입 사건이 발단이다. 민주당이 국정원 여직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면서 안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여직원의 집 앞을 지켰다. 물론 경찰에 수사를 요청 했다. 보통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집안에서 나오지 않는 용의자를 강제로 나오도록 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이때부터 경찰의 태도는 경찰답지 않았다. 시간을 끌만큼 끌었다. 증거를 충분히 인멸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국정원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찰은 평소의 경찰답지 않게 수사를 빨리 마무리 했다. 11시가 넘어 기자들을 모아 혐의가 없다고 발표 했다. 전례 없이 짧은 시간에 수사를 마무리 했다. 역시 전례 없는 시각에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당이 박 후보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하려던 사건은 부메랑이 되어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이 무고한 여성을 불법 감금 했다고 몰아붙였다. 언론의 협조 하에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포항 출신 경찰대 교수 표창원이 경찰의 전례 없는 태도에 분노해 사표를 던지고 비난을 퍼부었을 뿐 민주당은 역풍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투표 결과 박근혜가 2.4% 이겼다. 사건은 수사를 맡았던 송파 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축소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이 국정원과 경찰을 상대로 전면 재수사를 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으며 김용판 서울 경찰청장은 수사 축소 압력을 행사한 혐의가 드러났다. 여기까지는 그냥 사건이다.

검찰이 국정원장과 서울 경찰청장의 구속영장 신청 요구를 법무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막았다. 당연히 끗발센 법무장관이 이겼다. 이때부터 사건은 시국사건화 했다. 대학생들이 민주주의를 훼손한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 시국선언을 하고 촛불 시위를 계속했다. 교수, 언론인들도 가세 했다. 박근혜 당선 무효 여론도 일고 있다. 1.3%가 당락을 갈랐을 수도 있으니 억지는 아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선 무효나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민주주의 국가 답게 민주적 방식의 사태 해결을 바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국정원과 경찰을 동원해 정권을 재탄생 시킨 것은 분명 민주주의의 절차를 무시한 중대한 범죄다. 국가 체재의 전복을 기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노무현의 NLL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물타기를 시도 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을 꼼수로 어물쩍 넘기려는 속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비민주적 정치 행위를 비판하는 지성인들의 시국선언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모른단 말인가. 민주화 운동에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 DNA(유전자)를 가진 이 땅의 지성인들로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못했다는 말인가. 소위 좌파출신 대통령의 종북발언을 문제 삼으면 어물쩍 넘길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 틀림 없다. 그들의 잘못된 판단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사태로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국을 풀어야 할 대책에 머리를 싸매야 한다. 사태의 확산은 역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화의 길은 아직 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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