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박정희의 그림자는 덮고 빛만 드러내기 위해 연간 2천여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모택동까지 꾸어다가 박정희 비판 세력을 비판한다. 모가 수천만의 인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과()가 있지만 중국인들은 그를 영웅으로 추앙한다. 박정희도 과()는 덮고 공()만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다. 그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다. 여기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이다

역사란 장님 코끼리 만지기인가? 사사건건 이해와 해석이 다양하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건도, 인물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권력에 의해 역사는 그 얼굴이 바뀌기도 한다. 역사의 왜곡이다. ()한 얼굴만을 기록하고 악()한 얼굴은 빼버리는 왜곡이 훗날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는 신라에 의해, 고려의 역사는 이씨조선에 의해 굴욕을 당했다고 봐야한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임을 자부한다. 나름대로 정리된 4300여년의 역사 기록이 있다. 조선 멸망까지의 역사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된 사건과 인물에 대한 성격과 평가가 있다. 물론 역사를 보는 시각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현대사다. 중요 사건과 인물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역사 발전의 전제 조건이다. 왜곡된 역사는 역사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1948년 건국한 대한민국은 전쟁과 혁명, 쿠데타, 민주화 운동 등 격변의 역사를 써 내리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건과 관련 인물들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그 책임은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던 역대 대통령 모두에게 있다고 본다. 그 성격으로만 본다면 이승만은 건국의 아버지로서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정리해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친일파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독재 권력을 휘둘렀다. 건국이라는 큰 공()보다 과()가 컸다.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 이승만의 가장 큰 과오다. 그 때문에 우리 역사는 깨끗한 캔버스에 산뜻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지 않다. 남의 그림에 덫칠하는 것 같은 찝찝한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

박정희의 쿠데타와 유신, 장기 독재, 인권 탄압이라는 어두운 역사는 어떤가. ‘조국근대화라는 으로 그 짙은 그림자는 덮어야 하는가. ‘과거이기 때문에 덮어야 하는가. 상하고 죽고 탄압받아 그 영향으로 후손들까지 못사는사람보다 잘사는사람들의 힘이 세니까 덮어야 하는가. 민주주의 국가의 역사까지도 권력에 의해 씌어져야 하는가. 오늘 대한민국에서 주류를 자처하는 세력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박정희를 칭송하고 기념하며 나라 2000억 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쓰고 있다. 그리고 부족해 기념관과 사업을 늘리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다.

보수로 위장한 주류들은 중국의 모택동까지 꾸어다 박정희에 대한 비판이 잘못됐다고 강변한다. 모택동은 황제와 같은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2천만 이상의 인민을 죽게 하고 문화를 파괴했다. 정치적 논리에 반기를 들 것으로 예상되는 지식층을 탄압한 것이다. 유학자들을 두려워한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궤를 함께한다. 진시황은 비판 받고 모택동은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진시황의 후계자는 나라를 망해 먹었고, 모택동의 후계자는 중국을 강대국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모택동은 그의 동지들, 팽덕회와 유소기, 주은래, 심지어 그의 부인 강청까지도 죽였다. 권력투쟁에 나선 인물에게는 가혹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내세운 등소평도 자산주의자라는 비판과 탄압을 받았지만 오뚝이처럼 복권돼 모의 후계자로서 권좌에 올랐다. 노회한 이론가 등소평은 모택동의 공은 7, 과는 3이라며 국민적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권력 기반 강화와 자신의 퇴진 이후까지 감안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독재자 모택동이 영웅으로 추앙 받는 나라는 북한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중국이다. 모택동까지 꾸어다 박정희를 영웅으로 만들면서, 정적들에게 종북이니 좌파니 하며 색칠을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지성적이지도 않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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