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광주시가 공문서까지 위조, 세계대회를 유치했다. 표를 얻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의심된다. 올곧은 광주정신의 훼손을 초래한 책임은 7급공무원 한 사람에게만 있는가. 시민의 상처를 치유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광주정신을 의심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광주광역시(이하 광주시)는 민주·인권·평화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평화를 사랑하는 도시가 광주라는 선언이다. 이는 민주주의 구현, 평화적 민족통일, 광주 공동체 건설로 요약되는 광주의 시민 정신(광주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광주시가 표방하는 민주·인권·평화는 구체적 지향점을 제시하는 광주 정신의 추상적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광주 정신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호남인의 정신과도 통한다.

나름대로 민주·인권·평화 도시로의 길을 걷는 듯 하던 광주시가 사고를 쳤다. 그것도 대형 사고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짓을 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문화관광체육부 장관과 국무총리의 서명이 들어가는 서류를 위조한 것이다. 아무리 민선시대라 해도 장관과 총리의 서명이 들어가는 서류를 위조해 국제기구를 속일 수 있단 말인가.

광주시민은 물론 호남인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과문한 탓인가. 민간인이 공문서를 위·변조한 사건은 보았으나 공공기관, 그것도 광역 자치단체가 공문서를 위조한 사건은 처음이다. 당연히 충격적이다. 광주시는 세계적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고 희희낙락하고 있는지 몰라도 시민들은 울상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생각할수록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다. 대회를 반납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 희귀한 사건은 대회 유치가 결정되자마자 정부가 실상을 밝히며 고발하겠다고 나서 드러났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보증한다는 내용이 위조된 서류가 접수된 사실을 알고도 가만있다가 대회 유치가 결정 되자마자 까발린 이유는 무엇인가. 시쳇말로 엿 먹인것이다. 정부는 당연히 서류 위조 사실을 아자마자 사태의 수습에 나서야 했다. 정부도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올곧은 정신만은 살아 있다는 자긍심으로 살아온 호남에 수치심을 안겼다는 점이다. 대회 반납 여론까지 일고 있다. 경제 유발 효과가 있다는 광주시의 주장마저 의심 받고 있다. 전임 시장때 광주시가 적잖은 재정을 투입,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유치하면서 경제 유발 효과를 홍보 했다. 그리고 새 시장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했다. 역시 엄청난 경제 유발 효과를 내세웠다. 문제는 홍보한 만큼의 효과가 있겠는가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가 대구 지역의 경제에 큰 효과를 가져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임박한 광주 유니버시아드도 홍보한 만큼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적자 대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영선수권대회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가난한 광주시가 정부의 재정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면 잇단 세계대회로 인해 자칫 미국 디트로이트와 같은 부도 사태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전임 시장이나 현임 시장 같은 인물들이 이 같은 위험성을 모르고 유치에 열을 올렸을까. 아니다. 분명 광주시의 재정 악화 위험성도 있지만 시장으로서 성과를 홍보해 다음 선거에 표를 얻겠다는 꼼수가 없지 않다고 본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가치는 이기 때문이다. 결코 오해가 아니다. 그들을 폄훼하기 위해 하는 말도 아니다. 장관과 총리의 서명을 위조하면서 까지 대회를 유치하려 한 다른 이유를 찾지 못해서다. 광주시는 왜 광주정신을 외면하면서까지 세계대회 유치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까.

가장 큰 문제는 광주정신의 훼손으로 인한 시민들의 상처 치유 방안이다. 7급 공무원 한사람의 범죄, 책임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큰 사건이다. 계장에서 시장에 이르기까지 높으신 분들은 도대체 무엇 한 사람들인가. 시민의 이름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뒷북친 이유와 책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제사회에서 광주정신이 의심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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