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영광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나는 이번 휴가 때 계곡에 한번 가볼까 해’, ‘나는 바다로 가볼까 하는데’. 사람들은 휴가 계획에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티비를 틀어봐도 가볼만한 휴가지나 휴가 때 필요한 각종 장비들에 대한 정보가 우리들을 자꾸 자극한다.

뭐니뭐니해도 휴가는 일상에서 떠나야 맛이라는 주위사람들의 말과 방송의 행복한 떠밀림에 휴가계획을 세워놓지 않은 나 역시 어디라도 한번 가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해수욕장에 당일치기로 가게 되었다. 설레임을 안고 도착해 보니 해수욕장에 거주해도 될만큼 다양한 물자를 구비하고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었고 민박을 하려고 흥정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사람들과 자연의 다양한 풍경에 집을 떠나온 나는 마냥 좋기만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번 휴가가 끝나면 누구는 해외로 갔느니, 누구는 몇박 몇일로 길게도 다녀왔다느니 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올 것인데 당일치기 바다여행이 남들의 휴가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내심 들었다. 하지만 휴가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것에 우리가족의 의견이 일치하기에 미안함은 조금 덜어졌다. 우리모두가 각각이 처해있는 환경이 다양하듯이 우리는 우리에 맞는 휴가를 온 것이기에 단 하루를 다녀오더라도 우리 가족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것이라면 이 휴가가 거창하게 보이고 스트레스만 받은 다른 휴가보다 더 값진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높은 언성이 오고간다. 내용인즉슨 바닷가에서 나온 아주머니가 식수대에서 팔다리를 씻고 머리까지 감고 있었던 것에 대한 관리인의 타박이었다. 식수용도로만 물을 사용해달라는 해수욕장 관리단의 푯말을 무시하고 머리까지 감는 것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에 나 역시 아이의 손발이라도 씻겨줄려면 별생각없이 그 아주머니가 있던 곳을 이용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괜시리 부끄러워졌다. 평소에 가지 않은 장소에 가면 사람들은 주위사람들이 자신을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 평소에는 하지 않는 행동들을 무심코 하게 된다. 하지만 학교다닐 때 바른생활을 배웠던 것처럼 다같이 기본적인 공중도덕을 지켜주면 물자도 아끼고 기분상할 일도 없이 서로가 행복한 휴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 중에 스피커를 통하여 영광읍내에 방송이 널리널리 울려퍼진다. 물에빠진 사람이 있을 경우 직접구조하려고 뛰어들지 않고 신고한다든지등 더운 여름철 사고에 노출되었을 때의 대응방안이다. 일정시간이 되면 나오는 방송이고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기에 흘려듣기도 한 측면이 없지 않았었는데 오늘 들어보니 물놀이가 많을 여름철 휴가지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귀에 익은 단순한 대처법이 행동으로 이어져 사고를 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들뜬 마음에 휴가지에서 발생한 물놀이 사고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기본을 지키면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일찍이 노자는 쉬는법을 알면 모든일이 순조롭다고 했다. 일에서 손을 놓고 취하는 휴식은 쉼 없이 일에만 파묻혀 있을 때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판단력과 열정을 되살려 풀리지 않았던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게 할 것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휴가계획을 짜서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막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에너지를 얻으려고 떠난 휴가지에서 문제만 떠안고 오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남들의 휴가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자신과 가족, 친구들이 소중한 추억을 쌓고 돌아올 수 있도록 그때 그때의 형편에 맞는 휴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또한 휴가지를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공중도덕을 지키며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면 그 단순한 비결로 인해 휴가지에 온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경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멀리 떠나기 보다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멋진 우리 고장 영광의 명소에서 여름휴가를 나보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