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국정원이 뉴스의 중심에 서있는 모습이 지겹다. 이 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중대하다. 조작을 의심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죄인의 입장인 국정원이 죄인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검찰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적 이용을 획책하는 것도 국민의 의혹을 살 수 있다중부 지방은 장마가 지겨웠다. 남부 지방은 타는 듯 한 더위가 지겨웠다. 아무리 지겨워도 국가정보원이 뉴스의 중심이 되는 세월에 비하랴. 지난해 말 대선 정국에서 뉴스의 중심에 서기 시작한 국정원이 9개월이 지난 오늘까지 뉴스의 중심에 서있다. 정말 지겹다. 여직원 한 명에서 시작, 원장을 비롯한 조직 전체가 국가의 뿌리를 흔들어 놓는 중대한 잘못을 했다는 뉴스는 이제 지겹다 못해 몸서리가 쳐진다.

국정원은 태어날 때부터 국가 안보 보다는 정권 안보에 헌신하는 조직으로 태어나 민주주의와 대척점에 있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정권 안보에 이용돼 왔다. 이름표만 바꿔 달았을 뿐 국가보다 정권에 더 충성했다는 국민의 인식을 바꾸지 못했다. 민주화와 함께 정권 안보가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한 조직으로의 발전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권의 창출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독재 정권하에서 정권 안보의 시녀로서 민주화를 가로막더니 이젠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보통 심각한 사건이 아니다.

국정원의 잘못을 철저히 파헤쳐 처벌하고 국가 안보에만 헌신하는 조직으로 개혁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죄인으로서 겸허하게 반성하며 재판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수술대에 누워 의사의 손에 생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전 국민 앞에 비민주적인 민낯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 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렸다. 온 나라가 이 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국정원이 새로운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죄인이 아닌 국가 수호자로서다.

내란을 음모하고 선동한 사건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다. 그것도 국회의원이 그랬다니 온 나라가 벌집을 쑤신 듯 법석이다. 국정원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국민의 의심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첫째, 사건 발표 시점이 좋지 않다. 벼랑에 몰린 국정원이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한 카드로 조작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 충분 하다. 둘째, 대형 간첩단 사건 조작 전과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국정원이 밝힌 이 석기 의원의 언행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국정원 발표가 맞다면 법의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국정원이 칭찬 받아 마땅하다. 그래도 마냥 국정원의 성과에 박수를 칠 수만은 없다.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냄새가 너무 진해서다. ‘음모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라면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방법도 있다. 엄밀히 따진다면 국정원이 죄 지은 자를 수사하는 것은 죄인이 죄인을 재판하는 것과 같다. 사건의 성격이나 시기를 따져봐도 검찰로 넘기는 것이 국민의 의심을 사지 않는 길이다.

내란음모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다. 조작이나 과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사건 자체를 의심해서는 더욱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을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정원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검찰로 사건을 넘길 것을 권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석기가 국회의원이 된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등의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정치적 이유로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식 시키는 데도 악수다.

이제 국정원은 더 이상 비밀스러운 조직이 아니다. 현 상태로는 존재 이유가 없다. 뼛속까지 바뀌어야 한다. 업무, 조직, 인물 등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정권의 해바라기가 아니라 진정한 국가 안보 기관으로서 조용하면서도 유능한 인재들로 채워져야 한다. 국정원 스스로의 개혁은 나무위에서 고기를 잡으려는 것(緣木求魚)과 같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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