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채/ 영광군농민회장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로 시작 되는 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조국의 통한의 슬픔을 노래한 시가 시나브로 무너져 내리는 한국 농업의 운명을 묘사하는 듯하다. 특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민족 지성과 각성된 민중들의 투혼으로 완성 해온 이 땅의 민주주의가 결코 오랫동안 지속 될 수 없는 특정 권력 집단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상처 받고 허물어져 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민주주의의 일대 위기이자 대한민국의 국격이 망실되어 가는 심각한 상황임이 분명하다. 시국 미사에서 표현된 한국의 민주주의가 고난 받는 예수를 닮았다는 천주교 사제단의 말씀에서 확인 하듯이 국민적 각성과 저항으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 나가지 못한 다면 우리 자신과 후대들의 삶은 크게 왜곡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민주주의 파괴와 함께 전개되고 있는 민생은 또한 어떠한가! 갈수록 도탄에 빠지고 있는 서민 경제 그 중에서도 아무런 주목 조차 받지 못하며 신음하고 있는 농촌 경제의 현실은 민주주의 파괴와 민생 파탄이 본질적으로 한 몸임을 잘 웅변해 주고 있다. 생산 현장의 절절한 요구를 압살하며 자본의 이익을 대변해온 역대 정부의 무개념 무철학 개방 농정이 농촌을 빈사 상태로 밀어 넣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안에서 민주주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한국 농정의 본질적 흐름은 일방통행씩 통치의 역사였을 뿐이다. 그래서 한국 농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일방적 농업 통치의 과정에서 만약 GATT에서 한FTA까지 깨어 있는 농민들의 처절하고 끈질긴 저항이 없었다면 이미 한국 농업은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빼앗긴 조국의 들판을 온몸으로 부둥켜안고 그 절망의 끝자락에서 절규하던 시인 의 시구처럼 빼앗긴 들과 봄을 찾는 아수라장으로 변모 했을 것이다. 적어도 한국 농업은…….

하지만 농업을 거세해 버린 국가 공동체는 인류 역사상 그 존재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농업을 바로 세우는 필사적인 노력은 쉼 없이 계속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농업 바로 세우기의 비전과 방법을 역사 속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근원적으로 농업의 위기는 취약한 농민 자신의 정치, 사회적 각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농업의 주체는 권력 집단이 아니라 농민 자신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 하고 농업은 무너져도 개인은 버틸 수 있다는 환상을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전체 농업과 개별 농민은 절대 분리 될 수 없는 거대한 유기체와 같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치, 사회적 각성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삶을 책임지고, 농업의 새로운 비전과 실천 계획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정치 집단으로 세력을 교체하는 정치 과정의 중심에 서서 국민을 각성시키는 견인 세력이 되어야 한다. 문제를 풀어가는 해답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역대 정권 특히 현 정권에게 농업의 운명을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기력과 패배주의가 우리를 지배한다면 농민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것이 결코 아니다. 하나로 힘을 합해도, 한 몸이 되어 저항해도 버거운 것이 작금의 농업 현실이다. 진실의 눈을 부릅뜨고, 농민적 의리와 공동 운명체라는 생각의 통일로 반민주, 반농민 세력에 맞서 결연히 맞서야 한다.

민주주의와 농업 바로 세우기는 권력 집단이 우리들에게 던져 주는 선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과 미래 세대에게 정상적인 문명사회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가 사라지는 복된 공동체를 우리 스스로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 물려주는 당연한 책무이자 신성한 권리인 것이다.

이 가을 어김없이 약동하는 우리의 소중한 들녘, 생산과 수확의 현장에서 빼앗긴 들판의 봄을 희망차게 맞이하는 농민들의 거대한 합창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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