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과거와 현재, 미래는 공존한다. 9일은 한글날이자 아웅산 참사의 날이다. 한글이 일그러지고 있다. 문법도, 어휘도 제멋대로 쓰이고 있다. 전두환은 17명의 인재들을 아웅산에서 잃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우를 범했다. 한글과 역사에 대한 성찰이 절실하다. 성찰이 비전을 낳는다

과거는 무엇인가. 역사의 한 점()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니다. 발전을 위해 늘 뒤돌아보고 반성 하며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할 중요한 시간이며 사건이다. 흔히들 과거는 잊어버리고 미래에 몰두하는 잘못을 범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역사 속에 공존 한다. 과거에 대한 성찰이 없으면 미래를 향한 비전도 없다. 성찰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다. 깨달음이 없으면 비전도 없다. 과거를 그냥 흘려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109일은 한글날. 언어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언어로 인정한 한글의 우수성 선양, 세종대왕의 성덕과 위업 추모, 한글 연구, 보급 장려를 위해 지정한 기념일이다. 과연 우리는 오늘날 자랑스러운 우리 말과 글을 잘 가꾸어 가고 있는가. 아니다. 일그러대로 일그러졌다. 문법과 뜻을 알 수 없는 말 같지 않은 말들이 판을 치고 있다. 문법, 맞춤법, 단어, 높임말 등 말과 글의 쓰임새는 그야말로 제멋대로다.

우리 말과 글이 과학적이며 쓰기 쉽고 편하다고 자랑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언제부터, , 어떻게 잘못돼가고 있는가에서 부터 짚어봐야 한다. 성찰이다. 그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가야 한다. 고운 말, 편한 말, 쉬운 말로 발전시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비전이다. 한글에 대한 성찰과 비전이 없다면 머잖아 옥스퍼드 대학은 한글을 지구상 최고의 언어로 선정한 것을 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생각해도 전혀 과학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우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109일은 아웅산 참사의 날이기도 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행이 버마 아웅산에서 테러를 당해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은 참변을 당한 날이다. 자랑스러운 정권이었다면 매년 이날은 순국한 분들의 명복을 비느라 떠들썩했을 것이지만 조용했다. 30 주기를 맞는 올해는 고인들이 묻힌 국립서울현충원을 찾는 참배객도 많았다. 매스컴도 예년에 비해 크게 관심을 가졌다.

당시 참변을 당한 분들을 생각하면 애석하기 그지없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차출된인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참변을 당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함병춘 청와대 비서실장. 세계를 움직일 100대 인물에 선정됐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다. 청백리로도 유명한 그분은 역사의 발전과 함께 한국은 물론 세계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 전두환에게 경제를 가르친 그는 정부 주도의 성장 정책을 안정, 자율, 개방 정책으로 바꾸었다. 정권 교체와 오일 쇼크로 휘청거리던 경제를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다. 특히 국가 경제의 미래를 겨냥, 금융 실명제를 제안 했고 통신과 IT 혁명을 주창 했다. 금융 실명제는 김영삼 정권, 통신과 IT 산업은 김대중 정권에서 꽃을 피웠다. 우리 경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그의 혜안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외교가 아슬아슬하다. 함병춘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외교가가 있다면 남·북간, ·일간, ·미간, ·중간 외교가 훨씬 안정적이지 않을까. 경제도 위태위태하다. 김재익 같은 인재가 있다면 오래 전에 이같은 위기를 예견하고 예방책을 강구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라와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했다. 쏟았을 때 모두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은 인재들을 차출, 한 바구니에 담아 아웅산에서 쏟는 바람에 몽땅 깨뜨리는 우를 범했다.

광주 지역의 청년 지도자 였던 국회의원 심상우 의원도 아웅산에서 산화 했다. 지난 9일 그분께 참배키 위해 서울 현충원을 찾았다. 성찰과 비전, 과거와 현재, 미래는 동일 선상에 존재 한다는 상념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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