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남다문화가족지원연합센터장

-타협과 포용으로 난국의 극복을-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19747, 지학순(池學淳)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라는 양심선언을 발표한 후 체포되어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가톨릭의 젊은 사제들을 중심으로 같은 해 926일 강원도 원주에서 결성이 되었다.

2차 로마 교황청의 바티칸공의회(1962-1965)의 정신을 계승하고 사제의 양심에 입각하여 교회 안에서는 복음화 운동을, 사회에서는 민주화와 인간화를 위해 활동한다는 것이 결성 목적이었다.

천주교의 교리에 있는 정규 단체는 아니지만 전국의 사제 가운데 3분의1 가량이 참여하고 있어 천주교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제단은 결성 당시 제1시국선언에서 인권회복 운동을 다짐하였으며 197411월 민주·민생 운동을 다짐한 이래 제2시국선언과 사회정의를 위한 복음선포 운동을 다짐한 사회정의실천선언으로 이어지면서 활발한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였다.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구속된 양심수 석방운동과 함께 유신헌법의 반대운동을 시작으로 민주회복국민운동, 김지하 시인 구명운동, 1964년에 일어난 인민혁명당사건(人民革命黨事件)의 진상규명운동, 자유언론실천운동 등에도 앞장서 오면서 민주회복의 파수꾼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1987518, 군부독재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박종철(朴鍾哲) 고문치사사건의 축소·조작 및 은폐 사실을 폭로하여 전두환(全斗煥) 정권의 비도덕성과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한편,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문규현(文奎鉉) 신부를 파견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 임수경(林秀卿)을 대동하고 판문점을 통해 귀국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민주화 운동이 이어지면서 최기식. 함세웅. 문정현. 정호경. 문규현 신부 등 사제단 소속의 신부들이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사제단의 시국미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개최한 한 시국미사에서 대통령의 퇴진을 거론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일본의 독도 훈련을 비유한 한 신부의 강론이 정치권은 물론 민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천주교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는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하면서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문제의 소신을 밝혔다.

박 신부가 이날 강론에서 행한 NLL과 연평도 포격사건, 천안함 폭침사건 등에 대한 발언으로 연일 여야간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으며 보수, 반북단체는 박 신부가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을 선동했다고 주장,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피해 유가족들도 박신부의 발언에 대해 자식을 잃고 슬픔으로 지내는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

천주교 내에서도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충돌하는 등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단 몇 십 명의 사제가 수천 명을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세속을 떠나 있는 사람들이 정치에 개입하는 건 옳지 못하다. 묵묵히 이웃과 신도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게 사제의 본분이다.”고 주장하는 대한민국수호 천주교모임의 김계춘 신부는 이런 사람들이 사제라는 게 부끄럽다. 교황청 고발 등 연내 특단의 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는 이쯤에서 박신부의 발언에 대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박신부는 유신독재에 맞서 싸웠으며 광주참상의 진실을 알리려고 동분서주 하다가 테러를 당해 불구의 몸이 되었을 만큼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온 몸으로 항거를 했던 사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사건과 천안함 사건의 북한적인 시각의 주장에 대해선 민중의 삶을 위해 독재와 싸워 왔다는 원로신부의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그렇다고 기아에 허덕이는 인민들의 참상을 외면한 체 권력유지를 위해 세습독재를 이어가는 북한 정권을 인정하지 말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많은 신도를 인도하는 사제로써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신부로써의 본분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맥락을 들여다보지 않고 어느 한 부분만을 떼어와 모함을 하고 있다는 박신부의 충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필 천안함 폭침 희생자들의 추모제 행사 하루 전날 이런 발언이 나왔던 것이 적절했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화해와 포용으로 난국의 극복을

천주교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이어 불교계, 기독교계에서도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정원사건이다, 검찰사건이다, 특검이다 해서 자고 나면 이어지는 여야간 정쟁으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국정의 난맥상에다 각계각층의 시국선언마저 이어진다면 정권 초기 촛불집회로 인해 국가의 기강이 흔들렸던 이명박 정권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하여 여든 야든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한번만이라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민생을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로 한 발 짝씩만 양보하여 타협의 정치를 이룬다면 경제 선진국의 정치후진국이라는 소리는 면하게 될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보수단체의 박신부 고발 건에 대해서도 검찰에서는 즉각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현행법을 위반했다면 처벌을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준 전시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면 이는 더 큰 화를 불러 올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 연설도중에 불법체류자의 추방을 멈추라.”며 뛰어든 한인을 제지하려는 경호원들에게 계획했던 것이 아니니 그대로 놔두라며 연설을 마저 마친 오바마 대통령을 박근혜대통령이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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