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기/ 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사람이 모이면 돈이 모이고,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다시 모이는 세상이다. 회사나 국가도 그래서 결국은 대마불패인가 보다. 규모와 인력을 키워야 한다. 동의하기 싫지만 현실이다. 옛날, 한 나라의 힘을 결정짓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쪽수(?)였다. 달리말해 인구수가 국력의 가늠자였다. 과학과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그 때는 사람의 머릿수가 제일 중요했다. 생산수단에 투입되는 인력과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군사가 많을수록 국력이 커진다는 속칭 쪽수비례법칙이 당시엔 절대적으로 통했던 것이다.

돌고 도는 게 역사의 일면일까? 1960년대부터 강력한 출산억제정책을 펼친 일이 엊그제 같은데 되레 얼마 전부터는 국가가 앞장서서 저출산 고령화문제의 심각성을 떠들며 인구 늘리기에 호들갑을 떨고 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에서 어느 날 부터인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더니 급기야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살벌한 표어가 아직도 기억에서 생생한 필자로서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인구 늘리기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 특히, 갈수록 인구가 빠져 나가는 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는 농어촌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인구를 늘린다며 야단법석이다. 하기야 늘어가는 게 빈집이요, 줄어드는 게 인구이니 미래의 성장 동력은 고사하고 존립마저 위태로운 지자체로써는 인구 늘리기에 어찌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구수에 따라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교부금과 조직의 축소 여부 및 세수, 선거구 획정 등도 덩달아 결정되니 말이다.

이쯤 되니 인구 늘리기에 발버둥을 치는 각 지자체들의 노력이 실로 눈물겨울 정도다. 전입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대대적으로 캠페인과 범군민 결의대회를 벌리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귀농지원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가 하면, 인구를 늘리고자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부서의 인력을 확충하는 지자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강박감 때문일까? 오죽하면 모 지자체는 무려 400명이 넘는 인구를 위장전입 시킨 사실이 드러나 큰 곤욕을 치르기까지 했을까!

몸집을 키워야 이익도 커진다는 규모의 경제학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한 도시가 활기 넘치고 자생성을 갖추려면 일정수준 이상의 인구는 필수다. 하지만 인구 늘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턱대고 전입자의 수만 늘리는 건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요, 인위적인 인구 늘리기는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격인 까닭이다. 인구를 늘리려면 적극적인 의지와 사회적 인프라, 지역민의 강력한 협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자신의 주소지를 옮긴다는 건 개인의 중대한 결심이 따르는 일이다. 때문에 외지 사람들을 우리 고장으로 전입시키기 위해선 각별한 관심과 마음을 움직일 지역체계의 확보가 중요하다.

올 초 영광신문에서 영광재능기부센터를 통해 재능기부자를 모집했던 뜻 깊은 활동이 생각난다. ‘재능기부란 개인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재능을 활용해 이웃과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형태를 말한다. 이 아이디어를 우리 군의 인구 늘리기에 활용하면 어떨까? 그렇다. 외지인이 우리 지역으로 전입 왔을 때 저마다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지역민들이 군과 연계하여 그들의 빠른 정착과 적응을 돕고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지원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다.

만약 일가족이 함께 우리 지역으로 새로 전입 왔다고 치자, 당장 자식의 보호와 교육, 복지, 보건, 문화, 일상생활, 레저, 취업 전반에 걸쳐 조력자가 절실할 것이다. 하물며 타지에서 친지가 올라치면 어느 굴비백반집이 맛있고, 어디를 가야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지 등 모든 게 궁금할 것이다. 이때 미리 등록된 각각의 재능을 가진 기부자들이 멘토가 되어 공익성 있는 정보와 도움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아가 읍면사무소의 전입신고 창구에서 지역정보를 담은 안내지와 재능기부자들의 현황도 함께 제공하면 어떨까? 전입자에게 환영의 뜻이 담긴 엽서도 보내고 말이다.

전입자들을 외롭고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손만 뻗치고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든 자신을 도와줄 따뜻한 이웃들이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을 밀쳐내는 힘보다 끌어당기는 힘이 강할 때 영광군으로 사람이 모이고, 있는 사람도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다.

전입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에 앞서 그들을 진심으로 환영해주고, 따뜻한 인심을 나누어주는 지역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 두자. 마땅한 유인정책이나 지원체계는 마련치 않은 채, 불러 모으는 일에만 급급해 하지 않는지를 한 번 곱씹어 봐야 한다. 전입자를 늘리자는 목소리만큼이나 실제적인 정책이 충분한지를 따져보자는 게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정현종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다. 이 시가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그 어마어마한 사람이 오는 일인데, 우린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지나 않은지 .

사람에게 감동을 줘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이 움직일 때 이곳에서 살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법이다. 전입자를 부르는 사람으로써의 예의, 그리고 먼저 살고 있는 지역 선배로써의 배려. “인구 10만 자립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는 영광군에 있어 정말 필요한 건 이게 아닐까! 201212월말 기준, 영광군의 인구 5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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