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전 영광군한우협회장, 영광유통회사(주) 이사

옛날이야기가 아닌 요즘에도 식사 시간 무렵에 지인을 만나면 흔히 하는 인사말이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주 일상적인 인사말이면서 우리민족의 실정과 맞닿은 언어다. 오랜 세월 전쟁과 수탈, 재난에 가난으로 생존의 위기를 겪어온 우리 민족의 지난 역사가 녹아든 관용어일 것이다.

금년도 끝자락 한 대학생이 쓴 대자보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문구가 화제다.

어렵고 불확실한 현실에서 그저 개인의 안녕을 넘어 사회적 안녕을 묻는 사회적 화두가 던져졌다는 점과 그것도 강요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각을 묻는 질문 형이 화두다!

평범한 일상어로 서로의 안녕을 물으면서 자신의 안녕도 돌아보게 하는 이 시대의 명대사라고 한다.

식사는 하셨습니까안녕들 하십니까의 대사가 일반인의 호응을 얻게 된 공통된 동기는 항상 민중이 어려움에 처 했을 때 그 시대상의 함축된 공감의 표현이어서 빠르고 널리 전파되어 사용되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해 국정원 댓글사건, 남북관계, 청년실업, 철도파업 등 각종 굵직한 현안들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 농민의 입장에서는 농촌, 농민에 대한 무관심과 푸대접에 실망과 허탈감을 감출수가 없다.

지난 19일 대선1주년을 맞이하여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연설문의 내용을 언론매체에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주무장관도 헷갈리는 창조경제, 실체도 없는 국민 행복, 국방, 안보 순으로 농촌농민에 대한 내용은 작년대선유세 이후 전무하다고 한다.

박정희정권 19년은 1인 장기집권을 위하여 민주국가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신헌법을 만들어 반대세력에 있는 야당지도자와 민주인사들을 투옥하고 가혹하게 탄압했지만 농촌과 농민을 위해서는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물론 독재를 희석시키기 위한 홍보용 기사였겠지만 농번기 모내기 현장을 방문하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농민들과 담소하는 모습, 가뭄현장에서 하상굴착과 양수기를 점검하는 장면들,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자를 위한 이중곡 가제시행, 전 국민의 생활여건을 획기적으로 탈바꿈시킨 새마을 운동 등으로 지금도 당시를 살았던 농촌의 노인세대들에게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때가 농촌에 꿈과 희망이 있어 더 좋았다는 향수가 살아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최근의 농촌 실정은 어떤가. 5년 동안이나 동결하였던 쌀 목표가격 협상결렬, 콩값폭락, 한우농가 희망의 싹을 잘라버린 한호주FTA 기습처리 등으로 지금 농민들은 다가오는 소대한의 얼어붙은 날씨만큼이나 벙어리 냉가슴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정부는 이제라도 불통의 정치를 청산하고 농민과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한다.

농촌은 국민의 허파이자 심장일 것이다.

350만 농민의 피땀 없이 국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누가 제공하고 담보할 것인가?

중국, 미국 아니다. 우리농촌, 농민을 살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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