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로는 입장 바꿔 생각 하자가 최고다. 만연한 이기적 풍조로 갈등의 골이 깊다. 을이 없으면 갑도 존재할 수 없다. 고통이 한계에 다달은 을은 갑에게 항거 한다. 갑은 멸망한다. 그것이 역사다. 입장 바꿔 생각하는 캠패인을 제안 한다

딸이 친구의 아들과 연애, 임신 한다. 직장도 없고 무능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결혼 시킨다. 사위를 무시하고 구박 한다. 찌질한 시동생이 하필 그 친구의 딸을 임신 시킨다. 전세는 역전. 그 친구가 방방 뛴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 때문에 결국 결혼을 허락 한다. 제수(弟嫂)가 된 딸의 친구에게 가장은 가훈을 지키며 잘 살아달라 부탁 한다. 가훈은 입장 바꿔 생각 하자. 드라마 속 이야기다. 요즘 가장 인기다.

심오한 뜻이나 철학이 담긴 가훈도 아닌 것 같다. 그럴듯한 고사에서 만들어진 사자성어(四字成語)도 아니어서 특별한 의미나 무게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 말 입장 바꿔 생각 하자보다 더 좋은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도 없다. 첫째는 쉽다.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누구나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인터넷을 열어보지 않아도,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둘째, 뜻이 명쾌 하다. 무조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만 하면 된다. 다툴 일이 없다. 화해와 평화 유지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단언 한다.

입장 바꿔 생각 하기란 말로는 쉽다. 하지만 실천은 대단히 어렵다. 이기적 생각과 행동이 습관처럼 배어 있어서다. 나만 편하고 잘먹고 잘살면 그만이라는 풍조다. 나를 위해서는 별 짓 다한다. 남을 위한 배려나 이해는 할 필요도, 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듯 살아간다. 조금이라도 이익이나 도움이 되는 사람하고만 사귄다. 친구도 잘 나갈 때친구다. ‘끈 떨어지면언제 친했던가다.

주위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시라.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 가운데 못먹고 못사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대부분이 작은 손해라도 볼까봐 아예 만남 조차 피한다. 정치 하는 사람들? 표가 아쉬울 때가 되면 흰손, 검은 손 안가리고 덥석 덥석 억지로라도 잡지 못해 안달이다. 그 시기만 지나면 자기를 위해 돈을 쓰거나 몸을 써가며 받들어 주는 사람들하고만 가까이 한다. 성공한 사업가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에게 사람 대접을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지역간, 계층간, 빈부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다. 갈등은 갑()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데서 온다. 갑에게 을의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마치 그들만을 위한 세상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을이 없다면 그들, 갑도 없다. 피리밋의 아랫 부분이 있기 때문에 윗 부분이 있다. 을이 없으면 갑도 존재 할 수 없다. 사흘 굶고 담 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옛말이 있다. 을의 고통이 한계에 다달으면 갑을 향한 을의 항거는 불가피하다.

을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갑의 행복은 언제 시련과 고통으로 바뀔지 모른다. 갑의 멸망은 늘 그렇게 반복 됐다. 그것이 역사다. 갑이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갑질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화해와 평화가 이루어진다. ‘입장 바꿔 생각 하자는 말은 갑의 덕목이다. 자기 입장만을 고집하는 갑에게 미래는 없다. 부자 3대 못간다고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이 살다 인심을 잃어 망하기 십상이라는 교훈이다.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 경주 최부잣집은 4백년간 존경과 영화를 누렸다.

중국과 일본, 북한이 그들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바람에 대한민국이 고통 받고 있다. 마찬가지다. 여당은 야당을, ()측은 노()측을,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잘 사는 지역은 못 사는 지역을, 심지어 이웃집 까지도 외면하며 살고 있다. 결과는 모두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하는 사회 만들기 캠패인을 제안 한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우선 국책사업으로 선정하자. 아직은 희망이 있을 때. 기부와 봉사를 실천하는 많은 분들께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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