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박근혜정부는 지난 달 의료기관이 자회사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등의 이른바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의료기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를 만들거나 M&A를 통해 취득함으로써 수익성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도 (기존의 장례식장, 구내식당 등 8개에서) 숙박업, 여행업, 온천업, 화장품과 건강식품 판매, 의료기기 구매, 의료기관 임대에 까지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돈만 되면 무엇이든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보건의료단체들은 의료 민영화로 가는 전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 정책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의료를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경박한 정치철학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의료는 돈벌이 산업이기 이전에 국민 누구나 적정한 서비스를 받아 생명과 건강을 지키게 해야 할 공공적 사회보장제도이다. 헌법 34조는 국가의 사회보장 및 복지증진 노력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의료법에는 의료법인은 영리를 추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헌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강행한다면 의료의 공공성이 돈벌이를 위해 함부로 짓밟히게 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

둘째, 의료비가 크게 오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예컨대, 의료기관이 돈벌이를 위해 자회사로부터 의료기기를 비싸게 사오게 되면 의료비는 오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자회사에 국내외 투기자본이 유입되고 배당이 확대되면 결국 의료비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압도적 견해다.

셋째, 정부는 이 정책을 복지부 규칙 등을 개정하는 것 만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은 물론 동네 병원과 약국의 생존과 직결된 중대 사안을, 국회를 배제하고 장관이 만드는 규칙으로 정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는 법치행정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위헌, 위법적 행태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본다.

넷째,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일자리 창출과도 별 관계가 없다. 예컨대 여행업을 병원이 한다고 해서 새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나겠는가?

박근혜정부가 할 일은 따로 있다. OECD꼴찌에 머물러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비중(2011년 기준 5.9%)을 대폭 확대하고, 60%에 불과한 건강보험 보장률을 90%대로 끌어 올리는 데 매진해야 한다. 지금처럼 독선적으로 공공부문 훼손 정책을 계속한다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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