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현행 통치체재는 비효율적이며 비민주적 요소가 다분하다. 권력의 독식형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개헌 논의의 싹을 잘랐다. 대통령마다 나의5에는 안 된다면? 국민적 여론의 형성만이 개헌을 가능케 한다. 국가와 민족 번영의 길이다

설날. 우리네 정서는 음력설을 쇠야 비로소 새해를 맞았다는 실감이 난다. 추석과 더불어 일가친지가 한데 모이는, 명실 공히 최대의 명절이다. 많은 국민이 이동하고 모인다.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가 오간다. 어느 정도의 정치·사회적 의견의 접근이 이루어진다. 각 정파에 대한 점수도 매겨 진다. 민심(民心)이다. 민심이 합해져 여론을 형성한다. 정치권이 추석과 설의 민심 동향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특히 이번 설을 전후한 민심은 6월 지방선거 결과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인 만큼 자연스럽게 정치적 정보를 많이 주고받는다. 이번 설에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정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안철수 신당의 성패와 과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과 과는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는 1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다가오는 선거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등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이번 설을 통해 ‘3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국민적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정권의 거듭된 실패의 원인에 관해, 그리고 그 해결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 선거 방식은 87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은 모양만 선출이지 사실상 스스로 대통령 자리를 차고 앉아 황제적 권력을 휘둘렀다. 그 후 노태우에서 이명박 까지 다섯 번 정권이 바뀌었다. 민심이 반영된 선거라는 점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화가 됐다고 좋아했지만 실상은 어떠했는가. 당선된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권력을 독점 했다. 장기 집권 한 이승만(13)과 박정희(18), 전두환(8)등 독재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위 민주화이후 다섯 명의 대통령들은 이전의 독재정권에 못지않게 권력을 독점 했다. 선거는 민주화 됐으나 통치는 거의 독재와 다름없었다. 매번 야당에 발목을 잡혀 효율적 통치를 하지 못했다. 어느 정권도 국민들로부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간헐적으로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싹도 틔우지 못했다. 정권을 독식하는 맛에 빠진 대통령과 여당의 반대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야당과의 정쟁으로 1년을 허비했다. 민주화 이후 계속된 비효율적 통치가 반복된 것이다. 비효율적 이라는 이유로 개헌의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 됐다. 대통령은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개헌 논의 자체를 못하게 막고 있다.

현행 제도가 비효율적이며 비민주적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개헌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권력 독점 현실과 비민주적 요소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국가와 민족의 번영보다 개인과 정파의 권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많은 정치인과 학자들, 심지어 새누리당 내에서까지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의 블랙홀발언은 개헌을 논하지 말라는 경고다. 개헌 논의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지다.

출세와 밥통을 걱정하는 정치인과 학자들은 대통령의 서슬에 주눅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개헌 논의가 왜 제기되고 있는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개헌의 필요성에 합의하고 요구해야 한다. 정권마다 나의 5만 중요시하고 비효율적이고 비민주적 요소가 다분한 헌법의 개정을 미룬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분권형 통치체재로의 개헌이 아니고는 3류 정치를 면하기 어렵다. 정치가 3류인데 나라가, 경제가 1류로 발전하겠는가. 이번 설을 통해 민심은 개헌으로 가닥이 잡혀야 한다.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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