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 행정학박사, 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 초빙교수

60년만에 찾아온 푸른 말, 청마(靑馬)의 새해 새날이 밝어왔다. 말은 강인하고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동물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 짐을 실은 수레를 끌던 말부터 장수들이 타고 전장을 누비던 명마, 준마, 천리마, 삼국지 관우(關羽)의 적토마, 경마장의 경주마 까지 말에 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사라지고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찾아오고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설레임이 교차하는 연말 연초를 보내는 서민들은 해넘이와 해맞이를 하면서 새로운 꿈과 건강과 행복을 다짐하고 기원한다. 일반적인 국민들은 입시·취업·주거·보육·노후라는 5대 불안 거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급변하고 요동치는 동북아의 정세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지, 눈을 크게 뜨고 좀더 멀리, 좀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생겼다. 우리 모두가 시야와 사고(思考)를 거시적인 안목으로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을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운 마인드와 패러다임으로 응전하고 접근해야 우리 국가와 민족의 살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일본은 패전의 잿더미에서 일어나서 경제부흥을 이룬 경제적인 힘을 믿고 전범(戰犯)의 과오와 상처를 잊어 버리고 군사 대국화와 우경화(右傾化)의 길을 가고 있고, 중국은 G2로 떠오른 경제강국에서 정치강국·군사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세게 전략 상 일본과 손을 잡고 아시아 중시정책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로 맞서고 있다. 북한은 작년 3차 핵실험에 이어서 개성공단 폐쇄와 재개를 겪고, 40년 권력의 2인자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을 숙청했다. 어느 시점까지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

2013년 우리나라는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과 은폐·축소 등 불법부정선거 시비로 날이 새고 날이 진 한 해였다. 시민단체와 종교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127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제1 거대야당 민주당은 대선 불복(不服)은 아니라면서도 애매한 전략과 소극적인 투쟁으로 일관해서 20111219일 대선에서 48%의 지지를 받고서도 1년 내내 812%의 지지율을 받고 있다. 대선 때 51.6%(108만표 차로 승리) 득표한 새누리당은 국정원 부정선거·대선 공약 후퇴·불통정치·인사 난맥 등의 악재가 많음에도 줄곧 5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형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에게 2632%의 지지율을 보낸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민주당에 대해서 너무나 실망하고 화내고 있다는 지표다.

하루 하루 먹고 살아가기도 힘들고 팍팍하기만 한 서민들은 통일은 배부르고 한가한 사람들의 먼 담론이거나 비현실적인 문제로 보이기 쉽다. 군사독재 시절이나 유신독재 시대, 권위주의 시대에는 민주주의 하자고 해도 용공 좌익으로 몰아서 탄압했고, ‘통일논의나 주장을 해도 영락없이 빨갱이 딱지를 붙여서 불이익을 주는 맥카시즘의 광풍(狂風)이 휘몰아쳤다. 지금도 통일이나 남북 평화교류와 협력을 말하거나 주장하면 종북(從北)세력이나 좌파 빨갱이로 치부하고 백안시하는 잘못된 사회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해방 후 부터 오늘까지 통일을 금기시(禁忌視)하는 잘못된 비정상이 정상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안보를 정치에 악용하는 비정상의 유령(幽靈)들이 떼지어 몰려 다니고 있다.

지난 해 1211,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하고 통일부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후원한 ‘2013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 공동회의지속가능한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한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결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과 거듭된 약속처럼 인도적 대북 지원은 정치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은 박근혜 정권은 인도적인 지원을 거의 막아버린 이명박 정권 보다도 더 막고 있다. 나는 만성 영양부족 및 빈혈 아동이 28.7%이고 임산부 빈혈이 31.2%이며, 영양 결핍으로 남북 11세 아동의 평균 키가 16cm 차이가 나고, 남북 청년들의 평균 키가 10cm 차이가 난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민간단체의 인도적인 지원까지 막는 것은 민족과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고 질의 겸 질타(叱咤)를 한 바 있다.

지난 6,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올해를 한반도 통일시대의 기반구축을 위한 해로 만들겠다. 통일비용을 걱정하거나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으나, 통일비용 보다 통일의 이익이 훨씬 많기에 통일은 대박이다고 밝혔다. 비핵화를 화해협력의 전제조건으로 해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북한이 받아 들이기 어려운 핵 문제는 뒤로 미루고 인도적인 지원과 사회문화적인 교류,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 교류 등 쉬운 것부터 지금 바로 실천에 착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속적인 교류 협력 속에 신뢰가 쌓이고 나서 어려운 정치 군사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반대로 남한이 받아 들이기 어려운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반공법 철폐를 북한이 전제조건으로 들고 나온다면 무슨 대화와 협력이 되겠는가. 평화와 통일에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명분이나 말은 모두 집어치우고, 상대방이 결코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쉬운 것부터 지금 당장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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