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후보자와 유권자가 돈을 주고받는 돈 선거가 여전하다. ‘잔돈에 표를 파는 것은 나와 지역에 큰 피해를 가져온다. 당선후 부정부패를 자행, 본전에 투자효과 까지 거두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단체가 나서 이 악성 풍토병을 퇴치해야 한다

선거 개표방송 처럼 흥미진진한 중계방송도 없다. 시종 환성과 탄식을 자아낸다. 10년 전 어느 지역 단체장 개표 방송은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의 현직과 대학 교수가 엎치락뒤치락 한치 앞을 모르는 승부를 벌였다. 새벽까지 도전자가 근소한 리드. 500표 안팎의 섬 지역 결과만 남겨 놓은 채 방송은 일단 중단 됐다. 눈 좀 붙이고 확인한 결과는 현직의 역전승. 섬 지역 몰표가 승부를 갈랐다.

가난한 대학 교수가 선전 했지만 텃밭과 돈의 한계를 뛰어 넘지는 못했다는 후일담이다. 2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군 의원도 3억을 쓰면 당선되고 2억을 쓰면 떨어진다는 ‘32이라는 말이 나왔다. 군수 선거는 당연히 그 10배 정도는 썼을 것이라는 추리다. 이 정도면 텃밭효과 보다는 돈의 위력이 당락을 가르는 선거다. 유권자들의 표를 돈으로 산 것이다.

소문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첫 지방선거 때부터 돈 선거가 자행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지역민들은 그만한 돈을 썼을 것이라는 소문을 정설로 인정한다. 마치 전통처럼 굳어진 풍토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선거는 전쟁으로 비유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거의 달인들은 이기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능통한 사람들이다. 법의 제약을 적당히 넘나드는 방법을 안다. 재판에 회부돼 당선무효 형을 받지 않는 정도의 법을 어기지 않으면 떨어진다는 믿음의 실천에 능하다. 좋은 공약이나 후보자의 스펙만으로는 결코 선거전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선거에 미치는 돈의 위력을 안다. 돈을 뿌리는방법을 안다. 물론 부정부패가 판을 치던 과거형이다.

돈이 최고의 무기였던 과거형 선거가 도시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문제는 중소도시 이하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다. 돈을 주는 후보자와 받는 유권자가 서로를 잘 안다. 신고하는 등 말썽을 일으킬 수 없는 관계다. 먹기 좋은 곶감을 주는 사람이 자기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믿고 지지한다. 더구나 돈을 뿌린다는 소문은 무성한데 자기를 찾아주지 않으면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현상이 풍토병처럼 굳어졌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후보의 입장에서는 우선 선거에 이기기 위해 무기를 총동원해 전쟁을 치러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등 관계기관의 감시와 관리는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다. 열 사람이 지켜도 도둑 하나를 막지 못한다지 않은가. 지역민 스스로 돈 선거를 거부하는 방법 밖에 없다. 종교계와 사회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주민과 후보들을 설득하고 감시까지 나서 고질적인 풍토병을 퇴치해야 한다.

돈 선거는 지역과 주민을 기만하고 결국 발전을 저해하는 악성 풍토병이다. 어떤 질병 보다 피해가 극심하다. 법을 어기면서 돈을 뿌리는 후보자가 당선되면 과연 그가 법을 지키면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는가. ‘뿌린, 즉 투자된 원금은 물론 투자효과까지 감안한 회수에 나서지 않겠는가. 법도 어기고 지위를 이용해 불법 이익을 취하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과 주민에게 돌아간다.

돈을 많이 뿌리는 후보일수록 많은 부정과 부패를 자행하게 된다. 지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 받은 돈보다 훨씬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돈 선거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야한다. 그래도 못된 버릇을 안 고치면 눈물을 머금고 법에 호소해야한다. ‘잔돈으로 부와 명예를 얻으려는 후보자는 도둑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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